[전국체전] 황선우보다 14살 많은 ‘핀수영 좀비’…은퇴 고민하다 亞기록 깨 33세 이관호, 15년째 정상…무호흡 잠영 50m서 최고 기록 0.01초 줄여

이관호(33·서울특별시청)는 한때 ‘핀수영의 박태환’이라 불렸다.

비인기 종목 핀수영을 소개하면서 유사 종목의 익숙한 스타의 이름을 따온 별칭이었다.

그도 수영에서 독보적 스타였던 동갑내기 박태환(33)처럼 핀수영에서 세계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며 비슷한 위상을 뽐냈다.

그런데 박태환을 잇는 차세대 수영스타 황선우(19·강원도청)가 등장했지만, 핀수영에서는 아직 이관호가 자신의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그 나이에 기량이 더 발전했다.

올해 전국체전에서 그는 6년 전 세운 자신의 최고 기록을 0.01초 줄이며 아시아 기록을 새로 썼다.

이관호는 10일 문경국군체육부대 수영장에서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핀수영 무호흡 잠영 50m 결승에서 13초84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전 아시아 최고 기록은 2016년 그리스 볼로스에서 열린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에서 이관호가 세운 13초85이다.

2006년 전국체전에 데뷔한 그는 이듬해부터 2관왕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금메달 수집을 시작했다.

2013년 대회까지 8년 연속 금메달을 딴 그는 2014년에는 은메달 두 개에 그쳤지만, 다시 5회 다관왕에 오르며 총 25개의 금메달을 모았다. 

여기에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 하나를 추가해 벌써 26개가 됐다.

그러나 순탄했을 것 같은 이런 ‘금빛 행보’ 이면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경기 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관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전국체전이 정상 개최되지 못한 3년이 자신에게는 힘든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은퇴까지 고민했다고 했다.

이관호는 “2020년에 무릎이 아팠다. 연골연화증이라고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한테 생기는 질환이 있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경기도 없었고, 2021년까지 계속 아팠다”고 말했다.

핀수영은 오리발 같은 바이핀, 돌고래 꼬리 같은 모노핀 등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지느러미를 발에 신고 규정된 거리를 얼마나 빨리 헤엄치는지를 겨루는 종목이다. 

그런 만큼 추진력을 생산하는 하체 쪽 부상은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

이관호는 “하체를 많이 쓰는 종목인데 무릎에 힘이 안 들어가고 아프기만 하니까 은퇴까지 생각했다”며 “한국 나이로 34세다. 시합장에 가면 인사만 무더기로 받을 정도로 노장이 됐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아픈 게 겁이 나 운동도 격하게 하진 못했다”며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운동에 집중했고, 제일 좋았을 시절의 자세를 연구하면서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관호도 이렇게 기록이 잘 나올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는 “1등은 생각도 못 하고, 그냥 메달만 하나 따가자는 생각으로 나왔다”며 “전광판 보자마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전성기가 돌아온 기분”이라고 기뻐했다.

자연스럽게 이관호는 은퇴 계획도 집어넣었다.

그는 “같이 운동하는 동생들이 나보고 다 된 것 같은데 계속 잘하니 농담으로 ’좀비 같다‘고 하더라. 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를 늦게 다녀왔다. 전역하고 3년만 운동을 더 하자고 다짐했는데 올해가 딱 3년째”라며 “다짐을 어겨야 할 것 같다”고 허허 웃었다.

이관호는 세계 무대에서도 족적을 남긴 스프린터지만 핀수영이 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닌 까닭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2012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5관왕에 올랐고,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이후에는 군 복무와 코로나19 대유행, 부상 등이 겹쳐 세계 무대에서는 별다른 낭보가 없었다.

다시 세계 무대에 노려볼 법도 하지만, 이관호는 당장 예상치 못한 기쁨에 뒷일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관호는 “기록을 다시 깬 게 기뻐서 추후 계획 같은 건 생각도 안 난다”며 “일단 아직 몸이 괜찮은 것 같으니 더 선수 생활을 해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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