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한의학박사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부터 세계 노인의 날인 10월2일에 그해 100세를 맞이하는 어르신들에게 청려장을 수여한다. 올해는 10월2일이 일요일인 관계로, 지난 5일 노인의 날 행사가 개최됐다. 필자의 할머니께서도 청려장을 받으셔서 개인적으로는 기뻤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장수가 축복인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된다. 특히 충분한 노후자금을 마련해놓지 못해 힘겹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필자가 운영하는 한의원에 오는 사람들도 한의원에 걸려있는 할머니의 사진을 보고 대단하다고 감탄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몇몇 분들은 그렇게 오래 살기 싫다고 말씀하기도 한다. 안그래도 아프고 힘든데 10~20년을 더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100세 건강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필자가 학생 때부터 건강을 잘 챙겨드렸고, 고비 때마다 집중적으로 보살펴드리고 돌봐드린 덕을 본 것이다. 건강 제1비결이라고 할 수 있는 한약(韓藥)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의료서비스이다. 최근 시범사업으로 첩약이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연간 1회 적용이 되긴 하지만, 지속적인 건강 유지 및 관리를 위해 충분하게 보장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어르신들의 팍팍한 살림에 국민연금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지만, 그마저도 향후에는 기대할 수 없을지 모른다.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제4차 재정 추계에서는 국민연금이 2042년 적자 전환, 2057년 기금 고갈로 전망됐지만,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 자체 추계에서는 2039년 적자 전환, 2055년 기금 고갈로 예상됐다. 추계 방식에 따라 2049년에 고갈된다는 전망도 있다.

2030 젊은이들과 비노년층은 장수(長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대책이 부족하다. 애초에 장수하는 것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청년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중장년 사람들조차 노후는 ‘먼 훗날 일’이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경 사회에서는 자식 농사가 최고의 노후 대비책이었지만, 산업화된 21세기에는 출산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고, 높은 실업률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이 어르신들을 부양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 후손들은 무병장수(無病長壽)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2040년에는 사람이 죽지 않게 될 것이라 주장하는데, 다소 늦춰질 수는 있지만 영생(永生)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의견은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유병장수(有病長壽)시대를 살고 있다. 장수가 재앙이 되지 않도록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의료비 지원, 공공주택 제공 등으로 어르신들의 복지를 국가에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장수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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