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행위로 인한 주변의 변화된 모습
재산 증식 수단…삶의 안식처…
집에 대한 생각 개개인마다 달라
획일화되면 그때부터 가치 잃어
다양해질수록 삶도 풍성해질 것

▲ 도시에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 서 있는 모습.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이하는 ‘울산건축문화제’가 곧 열린다. 수개월 동안 행사를 준비하면서 ‘건축문화제’라는 것이 무엇일지 그리고 건축계에 몸 담지 않고 있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생각을 해보게 됐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건축’이라는 단어부터가 사실 생소하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건축문화’라니. ‘건축’의 사전적 의미는 ‘집이나, 성 다리 따위의 구조물을 그 목적에 따라 설계해 흙이나 나무, 돌, 벽돌, 쇠 따위를 써서 세우거나 쌓아 만드는 일’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문화’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머릿속에 개념적으로 떠오르는 의미가 말로 설명하니 아주 거창하다. 쉽게 이야기를 해보자면 ‘건물을 지음으로써 생기는 일련의 생활 양식이나 사회적 행태’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매년 준비하는 ‘건축문화제’는 어떠한 주제를 두고 건축적인 행위가 이루어졌을 때 그 행위에 따라 우리의 주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떤 모습을 취할 수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 아파트에서는 느끼기 힘든 편안한 분위기.
▲ 아파트에서는 느끼기 힘든 편안한 분위기.

하지만 이마저도 어렵다면 본인이 살아가고 있는 집을 떠올려 보면 의외로 이미 내가 건축문화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 집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생각해보면 재산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써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삶의 안식을 위한 공간으로써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부동산과 경제적 논리에 의해 건물이 지어지는 숱한 행태들도 결국 대한민국 건축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고, 닭장과 같은 아파트에 묻혀 살다가 일상의 탈피를 위해 바닷가 풀빌라에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문을 나서는 것 역시 건축문화라고 생각된다.

삶이 풍부해지려면 문화라는 것은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문화라는 것은 획일화가 되면 그때부터 가치를 잃어가게 된다.

예를 들어 락발라드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락발라드만 불러대면 대중의 고막에 염증이 생길지도 모른다. 빵집에서 카스테라가 인기를 얻어서 너도나도 카스테라만 만들어내면 크로와상의 파사삭거리는 식감을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 아파트에서는 느끼기 힘든 편안한 분위기.
▲ 아파트에서는 느끼기 힘든 편안한 분위기.

건축문화도 마찬가지다. 건설사에서 이야기 하는 경제적 논리와 편리의 논리가 팽배한 현실은 점점 문화로써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 SNS에 여행 장소나 풍경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아래 ‘#마당있는집에살고파라’등의 해시태그가 적혀있는 것을 보면 분명 현시대의 건축문화는 한쪽으로 치우쳐있다. 편안함에 대한 결핍이 생겨있는 것이다.

▲ 박형빈 건축사
▲ 박형빈 건축사

아파트는 편리하다. 최적의 공간에 불편함 없이 주차를 할 수 있고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건물의 어떤 부분에 문제가 생길 경우 관리사무실에 이야기하면 대부분 해결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편안한가? ‘편리하다’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고 대부분 객관적이다. 하지만 편안하다고 하는 것은 무척이나 상대적이다. 좀 더 긴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만 자중해야 할 듯하다.

이번 ‘울산건축문화제’와 같은 문화 행사가 활발해지고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여운을 남겨본다.      박형빈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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