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세상에는 수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이하 ‘기업’)들이 존재한다. 도처에 널려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정신을 복원하거나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한다. 말은 그렇다. 사회적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이 이에 속한다. 대부분 개인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며, 자금조달을 위해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다수가 공동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임원들이 생업을 가진 경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고, 시간이 나면 도와주는 수준이다. 월급 받는 직원이 없어서 대표자 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여기도 혼자 모든 걸 책임지는 구조다.

내가 주민들과 함께 설립해서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곳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다. 이에 대한 사업기획과 조직관리, 자금조달 역시 한계를 드러낸다. 공동체성과 공공성이 있는지는 몰라도 기업성은 제로다. 각 분야 전문가를 통해 1회성 컨설팅과 교육을 받았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어렵다. 그런 류의 컨설팅과 교육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체감하기도 어렵다. 이후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사업을 집행한 후 증빙해야 할 서류들도 아예 없거나 엉망이다. 중간지원조직 직원들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퇴사를 하고 자주 교체된다. 담당 공무원도 보람과 자부심을 가질 요인이 없다.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을 뿐.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온갖 중간보고회와 간담회, 워크숍, 사업설명회, 선진지 견학, 박람회 탐방 역시 피상적인 정보 취득에 그칠 뿐 프로그램 개발과 네트워크 형성에 달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행사성 사업 일정에 맞춰 임직원들이 동원되면서 심신이 지치기도 하고,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남는 건 중간지원조직들의 실적뿐이다. 현수막이 가로 질러진 사진 몇 장과 서명지, 예산을 소진했다는 보고서 정도나 남을까. 당사자들이 아무리 의지가 충만해도 방법론에 한계가 있으면 사실상 예산낭비다. 어딘가에 보여주기 위한 실적들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지치게 만들고, 시민들이 낸 세금은 허공에 뿌리고 있다. 본질이 사라졌다. 어쩌면 좋을까?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있는 방법은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야 이들이 기업성을 갖추고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할까? 돈을 벌어야 세금을 내고, 세금을 내야 세무교육 효과가 있다. 돈을 벌어야 직원을 채용하고, 직원들이 일을 해야 노무교육 효과가 있다. 관련 컨설팅과 교육도 1회성은 의미가 없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이 공조해서 사업기획과 조직관리, 수익모델 개발, 자금조달에 관한 심화컨설팅을 수행해야 한다. 보여주기 실적에 치중한 집단교육이 아니라 임직원이 일정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옆에 붙어 앉아서 심층적인 컨설팅을 해야 한다. 적어도 5회기 이상의 집중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 기업성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자생력을 갖추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