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혁신으로 제2의 탄생, 日 시가대

-국내 지방대 신입생 모집난
유·초·중·고 전체 학생 수
10년전보다 150만6000명↓
올해 일반대 신입생 충원율
수도권 99% 비수도권 94%

-경쟁력 확보한 日 지방대
대도시 학교와 차별화 강점
시가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올해 취업률 98.6%에 육박
평판·브랜드 파워 우수해
외국인 유학생도 많이 늘어

▲ 시가대학교 학생들이 학교의 랜드마크인 강당 앞을 지나고 있다. 학교 정문 입구에 위치한 이 강당은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우리 사회 중요한 현안 중 하나이자 화두다. 계속되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방대학의 위기는 가속화 되고 있다.

일부 지방대학들은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존폐 위기에 처했고, 이는 나아가 해당 지역의 위기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고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건실한 지방대학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본보는 국내외 지방대학의 우수 사례를 통해 지방대학의 활로를 모색해보는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 시가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학생들의 강의실 모습. 칠판 대신 전면 스크린으로 3대의 빔프로젝트가 설치돼 있다.
▲ 시가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학생들의 강의실 모습. 칠판 대신 전면 스크린으로 3대의 빔프로젝트가 설치돼 있다.

◇입학정원 미달 ‘데드크로스’ 시작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올해 4월 기준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만 18세 이하 유·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587만9000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738만5000명)보다 150만6000명(20.4%)이나 크게 줄었다. 2012년은 전년 대비 학생 수 감소율이 2.9%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해였다.

학생 수 감소율은 2002년 0.6% 등 0~1%대에 머물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2%대를 지속했다. 그 결과 2012년을 기준으로 올해까지 10년간 감소한 학생 규모가 과거 10년(2002~2012년)간의 감소 규모인 99만1000명보다 1.5배 더 많았다.

학생 수 감소로 대학 입학연령(만 18세) 인구가 입학정원에 미달하기 시작하는 ‘데드크로스’도 시작됐다. 교육부의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보면, 2021년 입학정원(47만여명)은 만 18세 인구(47만여명)와 비슷해졌고, 올해부터 역전됐다. 2024년에는 학령인구가 43만명, 2040년에는 28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4월 기준 일반대 학부 신입생 충원율은 전체 96.3%로 2020년 98.9%에서 지난해 94.9%로 급감한 뒤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수도권은 99.2%였는데 비해 비수도권은 94.6%로 큰 차이를 보였다.

지방대학들은 정원 미달을 피하기 위해 입학 성적과 무관하게 신입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으나 신입생 충원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수도권 66개 대학 등 85개 대학이 일부 또는 전액 장학금을 지급했음에도 신입생을 다 못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대학 85곳의 2020~2022학년도 신입생 충원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신입생 충원율이 증가 또는 유지된 곳은 16개 대학뿐이었다.
 

▲ 시가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학생들이 학습실에서 모둠수업 할동을 하고 있다.
▲ 시가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학생들이 학습실에서 모둠수업 할동을 하고 있다.

◇日 첫 데이터사이언스학부 신설

이처럼 국내 지방대학들이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와 비슷한 학령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일본은 지방대학들이 일찌감치 도쿄나 오사카 등의 수도권 및 대도시 대학과 차별화 또는 지역밀착형으로 안착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학이 산학연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시가대학교다.

지난달 26일 찾은 일본 시가현 히코네시에 위치한 국립대학법인 시가대학교. 시가대는 1949년 시가사범학교, 시가청년사범학교, 히코네경제전문학교를 통합해 설립한 대학으로, 3개 학부·2캠퍼스 체제다. 교육학부는 오쓰시에, 경제학부와 데이터사이언스학부는 히코네시에 캠퍼스가 있다. 이 중 교육학부는 1875년 오쓰시에 설립된 소학교 교원 전습소(小學校敎員傳習所)가 모태로 시가대학교 역사는 140년이 훌쩍 넘는다.

일본 시가현은 전체 인구가 141만명 가량이나, 15개의 작은 도시들이 모인 지방의 한 현으로 이 중 히코네시는 11만여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가대는 신입생 경쟁률이 2018년부터 올해까지 평균 5.6대 1을 기록할 만큼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학생수는 3450명이며, 이 중 신입생 정원은 810명이다.

특히 히코네시 캠퍼스에 자리한 경제학부와 데이터사이언스학부는 시가대의 대표적 ‘상품’이다. 경제학부의 취업률은 올해 3월 기준 95.1%를 기록했고, 이 중 대기업 취업률은 60%다. 또 5년 전인 2017년 4월 개설한 데이터사이언스학부는 올해 취업률이 무려 98.6%에 이른다. 졸업생 대부분이 취업에 성공한 셈이다. 신입생 경쟁률도 첫해 3.3대 1에서 올해는 3.7대 1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니시야마 시가대 홍보과장은 “시가대학교는 시가현 전체 대학들 가운데서도 평판과 브랜드 파워가 좋아 신입생 경쟁률이 꾸준히 높으며 외국인 유학생들도 많이 늘고 있다”며 “규모는 작지만 3개 학부를 중심으로 탄탄히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 시이나 요우 데이터사이언스 학부장 

“미래수요 내다보고 선제적 설립”

시이나 요우 데이터사이언스 학부장
시이나 요우 데이터사이언스 학부장

“수년 전부터 일본 내에서 데이터사이언스에 대해 중요성이 대두돼 미래 수요를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설립했습니다.”

시이나 요우 시가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장은 시가대가 데이터사이언스학부를 설립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데이터사이언스학부는 과거 통계학을 기반으로 AI와 IoT AR·VR 등 정보통신기술 및 멀티미디어를 접목해 사회에 넘치나는 데이터에서 가치를 도출하는 학문이다.

시가대는 지난 2017년 당시 학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제학부 정원 100명을 줄여 데이터사이언스학부를 신설했다.

그는 데이터사이언스학부의 높은 취업률 비결에 대해 “일본에서도 산업체는 물론 교통, 유통, 보험 등 전 분야에서 데이터사이언스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체적으로 데이터사이언스 및 ICT 분야 인재가 부족해 수요가 높으며, 우리 대학 졸업생들이 이 분야에서 활발히 활약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체와 협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데 현재 130여개 회사와 협업을 하고 있고, 지금까지 200개 회사와 공동 연구 및 컨설팅을 진행했다”며 “대표적으로 도요타자동차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조만간 비즈니스모델로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방대학이 살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교내 데이터과학교육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공동연구·교육제공·컨설팅제공·인턴파견 등 다양한 기업체 및 단체와 네트워크 활동을 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글=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