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예술산업 공간 된 트램 정비창, 글래스고 트램웨이

글래스고 먹여살리던 중공업
쇠퇴하면서 도시 생기 잃어
관광·서비스업 새활로 모색
낡디낡은 트램정비소에 주목

현대연극 거장 피터 브룩 주도
외형 보존한채 문화공간 변신
도시경제 새 원동력 자리매김
트램웨이의 재정자립도 90%
젊은 예술가들의 창의성 독려

트램웨이 뒤편 ‘히든 가든’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조성
지역민들의 교류의 장 역할
생활속 문화 자연스레 접해

▲ 글래스고 트램웨이 뒤편으로 나오면 ‘작지만 큰’ 히든 가든을 만날 수 있다.

도로 위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전차인 트램은 동력을 전기에서 얻어 매연과 소음이 없는 데다 도시에 운치를 더해 이동은 물론이고, 관광상품으로서도 매력적인 대중 교통수단이다.

울산도 대중교통이라고는 시내버스가 유일한 상황에서 지난 수년간 트램 건설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영국 스코틀랜드의 제2의 도시이자 ‘문화 수도’인 글래스고에서는 도시 규모 축소와 세계에서 3번째로 개통된 지하철의 영향으로 트램의 활용도가 점차 낮아지며 1962년 트램 운영을 중단했다.

하지만 트램이 지나던 길로는 여전히 문화가 흐르고 있다. 트램의 종착역이자 정비소는 한동안 교통박물관으로 활용되다 1990년 문화공간으로 대변신에 들어갔다.
 

▲ 히든 가든에는 과거 트램 정비소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당시 굴뚝과 바닥 콘크리트 일부가 남아 있다.
▲ 히든 가든에는 과거 트램 정비소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당시 굴뚝과 바닥 콘크리트 일부가 남아 있다.

◇제조업 쇠퇴하자 문화산업 대안으로 삼아

‘글래스고 트램웨이’(Glasgow Tramway)에 있어서 1990년은 매우 중요한 해다. 당시 글래스고는 도시를 먹여 살리던 중공업의 몰락으로 인구가 줄어들며 낡고 오래된 공업도시 이미지만 남아 탈출구가 필요했다. 글래스고 지방정부는 제조업이 쇠퇴하자 기존의 낡은 이미지와 산업구조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문화산업과 서비스업을 대안으로 삼았다.

쇠퇴한 공업도시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 이벤트와 예술, 관광, 서비스업을 도시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로 그 대상에 글래스고 트램웨이에서 문화 예술을 육성하는 것도 포함됐다.

트램이 멈춘 후 교통박물관으로 활용은 됐지만, 사실상 폐허나 다름없던 이곳을 발견한 것은 현대 연극의 거장 피터 브룩이다. 브룩은 연극 공연을 한 뒤 옛 트램 정비소를 허물지 않고 외형을 보존한 가운데 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 옛 트램 정비소 외형을 보존한 글래스고 트램웨이의 정문.
▲ 옛 트램 정비소 외형을 보존한 글래스고 트램웨이의 정문.

지금은 객석 배치가 자유로운 상자 형태의 대공연장(Performance 1)을 비롯해 100여 석 규모의 소공연장(Performance 2),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의 연습실(The work room), 제법 규모 있는 제1전시실(Visual Art 1), 자그마한 제2전시실(Visual Art 2), 카페, 로비, 사무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외형을 보존했기에 지금도 내부 공간 바닥에는 여전히 트램 선로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

도시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인 만큼 재정적인 부분도 탄탄하다. 트램웨이의 설립 초기에는 우리나라의 문화재단과 성격이 비슷한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재정 자립도는 90%에 이를 만큼 순항 중이다. 여기에 설립 초기 가난한 젊은 예술가의 창작과 전시·공연을 지원한다는 운영 방침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대관료 등이 없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이 자주 소개된다.

◇주민 교류장 되는 정원도 꾸며

무엇보다 트램웨이는 ‘예술가만의 공간’이 아닌 지역 주민의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의 연습실에서는 평일 발레 강습이 이뤄진다. 여기에 트램웨이 뒤편에 있는 작지만 큰 ‘히든 가든’(Hidden Gardens)은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운동장이 되기도 한다. 또 마실 나온 주민들이 이웃과 교류하는 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특히 히든 가든 한쪽에는 우리나라의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한층 더 나아가 텃밭에 심어진 무나 당근, 콩, 셀러리 등 다양한 채소를 직접 수확하고, 각양각색의 화초가 심어진 화분을 골라 자율적으로 계산하는 무인 판매대가 설치돼 있다.

▲ 히든 가든은 마실 나온 주민들이 이웃과 교류하는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 히든 가든은 마실 나온 주민들이 이웃과 교류하는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동네 사랑방 같은 히든 정원은 예술가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이들이 힘을 모아 원예와 자연, 협업으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문화 연대를 이루기 위해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시작은 글래스고 디자인 협동조합이 했지만, 시민들과 어우러져 정원에 심을 대나무, 목련, 바젤, 장미, 과일나무 등을 선정하고 타일을 붙였다. 다만 과거 트램 정비소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당시 설치했던 굴뚝과 바닥 콘크리트 일부는 그대로 남겨뒀다.

히든 가든을 관리하는 도니 리드씨는 “트램웨이 뒤로 나와 히든 가든을 바라보면 한눈에 다 보일 정도로 작아 보이지만, 주민들이 선정해 스코틀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물론이고, 아시아가 주산지인 소나무나 산사나무 등도 심었다”며 “매 주말이면 어린이를 위한 원예 클래스와 토크쇼도 열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365일 언제나 시민들이 히든 가든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듯, 문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스며들어야 한다”며 “조급해 말고 도시만의 뚜렷한 색채를 가지고 문화예술 도시로 나아가면 성공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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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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