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최근 울산시의 화두는 재정 건전성 회복이다. 시는 고강도의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해 어느덧 조 단위에 육박하는 부채를 줄이고, 주요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도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는 지출이 불가피한 인건비와 공공요금 법정 인상분 외 경상경비의 인상은 최대한 억제하고, 20억원에 달하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비롯한 불필요 기금은 폐지하기로 했다. 민간 위탁 사업은 정비하고 유사 중복 사업은 일원화해서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연장선상에서 방만한 운영으로 지적받는 공공기관의 몸집 줄이기도 병행하고 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총 13개에 달하던 시 공공기관은 9개로 대폭 감소한다.

시는 유사·중복 기능을 가진 공공기관을 통폐합해 효율성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의 의도를 순수하게 바라보는 시각만 있지는 않다. 이는 공공기관 구조조정이 민선 7기 당시 임명된 기관장들의 거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1 지방선거 직후부터 민선 7기 막판 임명됐던 공공기관장에 대한 용퇴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사퇴할 이유가 없다며 2년 이상 남은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기관장들의 입장 표명이 잇따르면서 시와 공공기관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일정에 공공기관장을 대신해 본부장급 인사가 출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루한 대치 전선이 이어지면서 김두겸 울산시장은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는 인위적으로 할 수 없는 입장이라 답답하다” “블랙리스트 사건만 없었으면 관례상 (경질하고)넘어갔을 것” “큰 결심을 자발적으로 해 주면 좋겠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또 엽관주의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라며 측근들을 후속 인사로 채울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김 시장의 생각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시정과 손발을 맞춰야할 공공기관장들이 다른 정치철학을 갖고 있다면 불협화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력이 부족하더라도 능력을 갖춘 인사를 선발해 인재를 적시에 투입할 수 있다는 엽관주의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이번 공공기관 통폐합으로 일단 4개의 공공기관장 자리가 없어진다. 시가 마음만 먹으면 폐지가 아닌 존속 대상의 기관장까지 바꿀 수 있는 만큼 더 큰 폭의 물갈이도 가능하다. 그래서 시의 공공기관 통폐합을 양수겸장의 묘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울산여성가족개발원과 울산사회서비스원을 ‘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반발이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6개 기관을 3개로 추가 축소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반발이 더 클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런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에서 시의 진정성을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시는 교체 대상 기관장을 선정하는 것과 후속 인사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모두 신경을 써야 한다. 알박기 인사를 겨냥한 구조조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 무능력한 낙하산 인사가 관직에 배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송의 사람’이 누구인지, ‘김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 사람들은 다 안다.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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