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지역밀착형의 표본, 日 히로시마 슈도대·히로시마시립대

■히로시마 슈도대학교
기업·지자체 등과 산·학·관 협력
지역사회와 유기적 네트워크 구축
졸업생 취업률도 ‘97.8%’에 달해

■히로시마 시립대학교
1945년 태평양 전쟁때 원폭 피해
‘평화연구소’ 설립해 핵문제 연구
한국 등 전세계서 유학생들 몰려

▲ 히로시마 슈도대학교는 넓은 캠퍼스에 최신식의 도서관과 강의실, 각종 체육시설 등을 갖춰 일본 사립대 중에서 규모와 시설면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방대학이 수도권이나 대도시 소재 대학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는 물론 해당 지역 및 기업체 등과 탄탄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 하는게 필요하고 중요하다. 일본 히로시마의 사립대학인 슈도대학교와 시립대학인 히로시마시립대학교는 탄탄한 산학연관(産學硏官) 구축과 차별화된 학과 및 연구분야 등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지역밀착형 대학의 표본이 되고 있다.

◇오랜 역사와 탄탄한 산학관 히로시마 슈도대

일본의 사립 명문 대학인 히로시마 슈도대학교(修道大學校)는 지방대학이 지역과 함께 상생 발전해오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25일 찾은 일본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 아사미나미구에 소재한 히로시마 슈도대. 히로시마시 도심 외곽에 위치한 슈도대는 전체부지만 34만㎡에 이르는 넓은 캠퍼스에 최신식의 도서관과 강의실, 야구장, 체육관, 수영장 등 각종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어, 일본 히로시마현 내의 사립대 중에서도 규모와 시설면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취재진이 찾았을때는 강의 시간대여서 캠퍼스 안팎은 마치 방학기간 처럼 조용했으나, 점심시간 무렵이 되자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은 식사 후 휴식을 즐긴 뒤 오후 강의가 시작되자 다시 썰물처럼 들어갔다.

슈도대는 7개 학부(상학부·인문학부·법학부·경제과학부·인간환경학부·건강과학부·국제커뮤니티학부)에 13개 학과, 4개 대학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학생수는 올해 5월 기준 6276명(학부생 6219명, 대학원생 57명)이다. 4년제 대학으로만 올해로 62주년에 대학의 모태인 학교법인 슈도학원(수도학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역사가 297년 약 300년 가까이 된다. 졸업생수는 지난해 기준 7만3240명에 이른다.

학령인구 감소 속 일본 대학들도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하고 있으나, 슈도대는 지원자가 줄지 않고 꾸준한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히로시마 지역 15개 사립대 중 슈도대를 비롯 6개 대학만 입학 정원을 채웠다. 이는 슈도대가 오랜 역사에 많은 선배 졸업생 등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갖추고, 또 탄탄한 산학관 협업 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슈도대는 지역의 20개 기업·단체·지자체와 협약을 체결해 공동 연구와 인턴십 등을 통해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이에 지난해 기준 슈도대 졸업생 취업률은 97.8%에 이르며, 특히 졸업생의 약 63%가 히로시마와 오카야마 등 이 지역에 취업을 하고 있다.
 

▲ 히로시마 시내에 조성된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원폭피해 유적인 ‘원폭 돔’ 전경. 히로시마 시립대학교는 역사적인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평화연구소를 설립해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 히로시마 시내에 조성된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원폭피해 유적인 ‘원폭 돔’ 전경. 히로시마 시립대학교는 역사적인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평화연구소를 설립해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평화’를 대학 브랜드화 히로시마시립대

히로시마시에 소재한 또 다른 대학이자 시립대학인 히로시마시립대학교는 ‘평화’를 대학의 브랜드로 만든 케이스다.

히로시마는 태평양 전쟁 당시인 1945년 8월6일 미국이 투하한 원자폭탄으로 도시 대부분이 폐허가 되었고, 이후 반전(反戰)과 반핵, 국제평화의 상징이 된 도시다. 히로시마 시내에 조성된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원폭 피해 유적인 ‘원폭 돔’은 히로시마의 명소이자 상징과도 같다.

이러한 도시의 특징 때문에 히로시마시립대는 ‘평화’를 대학의 대표적 상품으로 만들었다. 히로시마시립대는 1994년 개교해 역사가 만 28년으로 그리 길지 않은 대학이다. 이 대학은 4년 뒤인 1998년에 대학 내 평화연구소를 설립하며 평화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본 내 타 대학에서도 평화를 연구하는 대학이 있었으나, 히로시마시립대는 핵무기와 원폭 투하 문제에 집중하며 차별화 했다. 연구소에는 현재 14명의 교수가 있고 이들 모두 전임교수다. 이들은 아시아의 핵문제 뿐 아니라 글로벌 핵문제까지 연구하고 있다.

히로시마시립대는 국제학, 예술학, 정보과학 등 3개 학부에 학부생이 2000명 가량 작은 규모의 대학이지만 평화라는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한국 등 전 세계에서도 학생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을 오고 있다.

오시바 료 히로시마시립대 교수(히로시마평화연구소장)는 “히로시마는 원폭에 대한 경험이 있고 원폭 관련 반핵운동 등 시민단체 활동이 활발하다. 이러한 것을 연구 차원으로 격상 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평화연구소를 만들었다”며 “또 예술학부에서도 원폭 희생자 관련 미술을 다루고, 원폭으로 사라진 마을을 복원하는 마을 프로젝트 등 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히로시마 글=차형석기자·사진=김동수기자
 

▲ 야노 이즈미 슈도대 총장
▲ 야노 이즈미 슈도대 총장

인터뷰 / 야노 이즈미 슈도대 총장
“입학생 80% 히로시마 출신,
졸업생 60% 지역기업 취업 사회 각 분야서 활약 선순환”

“한국과 다른 점은 많은 학생들이 지역대학에 입학하고 또 지역에 취업한다는 점입니다.”

야노 이즈미 히로시마 슈도대학교 총장은 일본 대학, 특히 히로시마 슈도대가 한국의 다른 대학과 차별화 된 점을 이렇게 말했다. 실제 슈도대는 입학생의 약 80%가 히로시마현 출신이고, 또 졸업생의 약 63%가 히로시마를 비롯한 오카야마, 시마네 등 중국(中國) 지방에 취업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비결에 대해 “아무래도 우리 대학이 학생수가 타 대학에 비해 많은 만큼 졸업생 수도 많다”며 “이들 졸업생들이 정치, 경제, 교육, 행정 등 여러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활약하고 있는데, 이런 점이 이 같은 선순환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게 아닌가 본다”고 밝혔다.

또 오랜 학교의 역사도 꼽았다. 그는 “우리 대학 학교법인인 슈도학원의 역사는 2025년이면 300주년을 맞는다”며 “사실상 슈도대라는 이름이 브랜드화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일 큰 특징이자 강점은 산관학으로 지역의 20개 기업·단체와 협약을 체결해 있다”며 “특히 히로시마현 내에 있는 우리 대학 출신 기업체 사장이 히로시마 내에 496명으로 전국 대학 중에서 1위라는 데이터도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히로시마 글=차형석기자·사진=김동수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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