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지난 10월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참사에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다. 세상을 떠난 고인분들께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유가족과 주변 분들께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 또한 부상을 당한 분들이 완쾌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전 세계에서 홍수, 태풍, 가뭄, 산불, 지진 등 자연재난과 테러, 사고, 전쟁 같은 사회재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재도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재난이 지속 중이고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인한 사회재난이 계속되는 중이다. 재난은 광범위한 지역에 심각하고 다양한 피해를 발생시키며, 이전 상황으로 회복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재난은 우울(憂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재난 생존자의 정신건강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재난 의료지원에는 가능한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대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한의사 인력을 활용한 한의 진료지원은 국가 재난지원체계 내에 포함되지 못한 상황이다.

올 2월 재난트라우마에 대한 한의의료지원 매뉴얼이 개발되었으나, 재난트라우마 현장에 효과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재난 사건에 한의약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연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생존자들에게 한약 시호계지건강탕(柴胡桂枝乾薑湯)을 투여한 연구와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생존자들에게 한약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을 투여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진 않지만, 2017년 포항 지진으로 인한 이재민들에게 귀에 침을 놓는 이침(耳針) 시술을 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조절한 사례 연구가 있다. 이침 치료는 부작용이 적고 시술이 간편한 비약물 치료법이기 때문에, 전 세계 재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한의 치료법이다. 침과 한약, 부항, 뜸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한의약 치료는 몸 상태의 변화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심리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큰 인명피해로 국민들은 또 하나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추가적인 심리적 피해를 예방하고 모든 국민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재난심리지원 체계에 한의의료지원 매뉴얼 등 한의계 자원 포함이 필수적이다. 국가 재난트라우마 대응 및 공공의료영역에서도 한의약이 지역 사회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이기주의로 특정 직군을 배척하는 악습에서 벗어나, 위기극복을 위해 모두 한마음으로 뭉쳤으면 한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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