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연 시인 첫 시조시집 출간
삶의 희로애락 명품 글로 묘사

40년차 노동자 시인 김윤삼씨
세월이 만든 서정의 노래 담아

찬 서리 내리는 계절이지만, 노란 꽃봉오리에서 퍼져나가는 은은한 황국 같은 시가 있다. 울산지역 작가들이 짧은 글을 함축해 감동의 여운을 더하는 시를 모아 시집을 펴냈다.

◇정순연 <햇볕을 만지다>

▲ 정순연 시인
▲ 정순연 시인

울산에서 활동하는 정순연 시조시인이 첫 시조시집 <햇볕을 만지다>을 소개한다. ‘전통시장’ ‘입화산을 오르며’ ‘참나무 숲’ ‘주전 바다’ ‘새들의 놀이터’ ‘회야댐에서’ ‘분교’ 등 5부에 걸쳐 총 65편의 시조를 담았다.

‘습기에 얼룩 번져 화제(畵題)마저 희미하고/ 빛났던 일대기는 세필이 덧칠했다/ 어디에 내걸지 못한 어머니의 자화상’ -‘오래된 명화(名畵)’ 전문.

정 시조시인은 첫 시조집이지만, 세월이라는 세필이 풍화작용으로 어머니의 얼굴에 검버섯과 잔주름으로 내려앉은 것을 잘 포착했다. 모든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실경산수처럼 잘 묘사됐다.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을 자랑스러운 자화상이 명품으로 느껴질 정도다.

여기에 입화산, 대왕암, 배내골, 태화강, 주전, 회야댐 등 울산의 자연환경도 시조에 담았다.

정순연 시조시인은 ‘문학공간’ 시조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해 등대문학상, 문예운동신인상, 시니어문학상 등을 받고, 수필집 <놋그릇의 추억>을 펴냈다. 현재 울산문인협회·울산시조시인협회·에세이울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08쪽, 1만원, 한강출판사.

◇김윤삼 <붉은색 옷을 입고 간다>

▲ 김윤삼 시인
▲ 김윤삼 시인

노동자 시인 김윤삼씨가 <붉은색 옷을 입고 간다>을 펴냈다. 표제작 ‘붉은색 옷을 입고 간다’를 비롯해 ‘일터’ ‘해고’ ‘땅강아지’ ‘바르게 살자’ ‘복권 당첨’ 등 4부에 걸쳐 57편의 시를 수록했다.

‘매 순간 존재는 시작되고/ 모든 것이 중심입니다// 중략 // 이제는 오소리가 사라진 길,/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입니다’ -‘오솔길’ 중에서.

김 시인은 40년 동안 노동자로 살면서 왜 자신이 노동자가 됐으며, 우리 사회의 어떤 존재라는 것에 대한 것을 생각하며 시를 썼다.

이번에 실린 시들은 그의 40년 세월이 만들어낸 온몸의 노래이지만, 격하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서정적이기까지하다.

장고 속에서 분노와 설움을 쓰다듬으며 따뜻하게 마음을 품어온 것이 느껴진다.

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인 김 시인은 시집 <고통도 자라니 꽃 되더라>를 펴냈고,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울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08쪽, 1만원, 삶창시선.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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