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내 반정부 시위 지지
여론은 대표팀에 부정적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때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고 선수 전원이 침묵을 지켰다.

AFP통신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이는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내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이란에서는 올해 9월 마흐사 아미니라는 이란 여대생이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대표팀의 주장 알리레자 자한바흐시는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기로 하면서 시위대에 연대 표시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21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잉글랜드에 2대6으로 졌다.

AFP통신은 “이란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시 굳은 표정으로 서 있자 TV 중계 카메라는 관중석 내 머리를 스카프로 가린 여성이 울먹이는 모습을 비췄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란 국영 TV는 선수들 얼굴을 비추는 대신 경기장 전경으로 화면을 돌렸다”고 보도했다.

또 이란 응원단이 자리한 곳에는 ‘여성, 삶, 자유’(Women Life Freedom)라는 플래카드도 내걸렸고, 페르시아어로 ‘자유’를 뜻하는 ‘아자디’라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AP통신은 “내가 엄청난 축구 팬이지만 실제 경기장에서 관전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경기장에 들어올 때 눈물이 나더라”는 이란 테헤란에서 온 34세 여성 아프사니의 인터뷰를 전했다.

이란에서는 여성이 축구 경기장 입장이 자유롭지 않다.

AP통신은 “아프사니는 이란 정부를 의식해 자신의 성(姓)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망한 여대생 아미니의 나이 22세에 맞춰 잉글랜드전 전반 22분에는 일부 팬들이 아미니의 이름을 연호하고, 이란 선수들도 두 골을 넣고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등 경기장 분위기가 축구 외적으로 많이 흘렀다.

이란 선수들이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으며 연대 의사를 나타냈지만 이란 내 여론은 대표팀에 부정적이다.

AP통신은 “선수들이 더 명확한 연대 의사를 밝히지 않아 실망”이라는 테헤란에서 온 35세 여성 팬 마이람의 말을 전했다.

이 매체는 이어 “이란 대표팀을 응원하는지 여부를 두고 이란 내 여론이 갈리고 있다”며 “다수는 이란 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을 (이란 정부를 응원하는 것으로 간주해) 길에서 목숨을 잃은 이란 젊은이들에 대한 배신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내부에서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란 내 인권 상황이나 군사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했다는 이유 등으로 ‘이란을 이번 월드컵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알리 자심이라는 14세 이란 팬은 잉글랜드전 전반을 0대3으로 뒤진 가운데 마친 상황에서 AP통신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란 (대표팀)의 실패를 원하는데 선수들이 어떻게 경기에 집중하겠느냐”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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