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울주군 서생면의 한 어촌마을 경로당. 주민들의 웃음소리로 왁자하다. 바다에서 수거한 폐그물을 활용해 공예품을 만드는 날이다. 이 프로그램은 예비마을기업으로 첫 발을 뗀 간절곶실나라공방 협동조합의 핵심사업이다. 경로당에 들어서니 10여명의 경로회 회원들이 둘러앉아 해변에서 주운 조개껍데기와 깨진 유리병 조각, 폐그물로 속을 채운 손뜨개 인형들을 폐그물 가닥으로 이어 공예품을 만들고 있었다.

어촌마을에서 폐그물은 골칫덩이다. 어민들의 생업에 유용한 도구지만 낡은 그물을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소금기가 있는 산업폐기물을 태우거나 땅에 묻는 건 또 다른 문제가 된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바다에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가라앉은 폐그물들이 바닷물에 삭으면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를 흡입한 해산물들이 우리 밥상에 오른다. 어패류의 산란과 먹이활동 공간인 수생식물 군락지도 사라지게 된다. 바다사막화의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 사업의 시작은 지난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간절곶실나라공방 협동조합이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연계로 진하어촌계, 휴 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해양쓰레기 자원순환과 마을경제 회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해양쓰레기 자원순환 제품 생산을 위한 손뜨개 교육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진하어촌계는 폐그물을 수거해 제공하고,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휴 사회적협동조합은 노인 교육 대상자 모집과 교육 장소 제공을 하기로 했다.

이 협약의 핵심은 어촌마을 주민들이 손뜨개 기술을 익혀 폐그물을 자원순환 재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소득 창출로 이어가면 마을기업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수익의 일부는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환원된다. 골치덩이였던 폐그물이 업사이클 제품으로 거듭나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상품과 캐릭터로 자리 잡는다면 이 마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새해 일출이라는 간절곶 연례행사와 여름철 휴양지로만 알려진 서생면이 폐그물 자원순환형 생활용품 생산 거점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마을 노인들이 직접 만든 폐그물 공예품과 손뜨개 제품은 곧 서생면 행정복지센터에 전시될 예정이다. 어민들과 이장단이 오가며 이 과정을 공유하게 된다. 해양환경오염에 관한 인식개선 캠페인이 되는 것이다. 이 전시회는 휴 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하는 울산지역문제해결플랫폼 공모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소식을 접한 온산읍청년회도 따로 날을 정해서 전시회를 하기로 했다. 온산읍 역시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선 바다에 여러 환경 이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을과 마을, 조직과 조직, 사람과 사람이 연대해서 우리가 벌여 놓은 문제를 하나씩 수습해 나가는 과정. 이 과정이 마을혁신의 주체를 만들고 있다.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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