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아파트 매매가 하락세인데
신규 분양가격 역대최고가 형성
‘완판’ 남구까지 미달사태 속출
토지·인건비·자잿값 상승 원인
시세 반영 장기 마케팅 분석도

자료사진
자료사진

울산 아파트 청약 전선에 냉기류가 감돌며 분양 아파트마다 대거 미달사태를 빚고 있다.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며 분양가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데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 수요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역대 최고가에 형성됐던 만큼 무더기 미달사태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힐스테이트 문수로 센트럴 1·2단지가 지난달 30일 일반청약을 마감했다. 총 593가구 모집에 겨우 78명 청약참여했고, 미분양 물량은 500가구가 넘는다.

앞서 울산 남구에서 분양한 ‘문수로 금호어울림 더 퍼스트’는 398가구(특별공급 미달 포함) 모집에 72명만이 신청, 326가구가 미달됐다. 또 ‘울산KTX 우방 아이유쉘 퍼스트’는 342가구 모집에 292가구가 청약자를 채우지 못했다. 무엇보다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가 높았던 점이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울산 남구 아파트값 거품이 빠르게 꺼지는 가운데 가장 최근에 분양된 힐스테이트 문수로 센트럴의 최고 분양가격이 8억9700만원(전용 84㎡)에 달했다. 2년 전 인근에 분양한 문수로 대공원 에일린의 뜰(6억8000만원)보다 2억원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호황기에 분양됐던 문수로 대공원 에일린의 뜰은 청약 이후 수억원대 프리미엄이 붙으며, 올해 4월 10억4071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거래가 끊긴 상황이다.

인근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인근 대장주 아파트 가격이 본격 떨어지기 전 시세를 기준으로 해서 분양가를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규제 지역 해제 직후에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부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올리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내리고 있다. 최근에는 금리가 더 오르면서 기존보다도 더 낮은 가격에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집은 안 팔리는 데 분양가가 폭등하는 것은 부동산 PF대출을 통해 토지매입비를 과다 지급한 재개발 사업사들이 인건비와 건축 자잿값 폭등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내년에 집 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서둘러 인근 시세를 반영한 분양가를 책정해 장기 마케팅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지역 분양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건설사들은 미분양을 감수하고서라도 청약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현금 유동성 확보 등으로 분양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면서 “지역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뚜렷해졌지만, 원자잿값 인상세가 지속되는 만큼 신규 분양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실수요자들은 입지경쟁력, 가격, 브랜드가치, 발전가능성 등을 꼼꼼하게 따져서 선별적으로 분양시장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