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일몰제에서 해제된 옛 야음근린공원 부지를 주택단지로 조성하려는 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 지원 민간임대주택 촉진지구 조성 사업’, 일명 야음지구 사업의 중단이 장기화되고 있다. 울산시가 올해 4월 민관협의회가 도출한 권고안을 가다듬어 제시했지만 정권이 바뀐 뒤 LH는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민선 8기 시가 인수위 당시부터 공해 차단용 생태제방 조성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에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LH가 이 부분을 감안해 권고안을 불수용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LH는 권고안 불수용 직후 원안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시와 협의해 사업을 추진하라는 국토부의 권고에 따라 재개를 중단했다. 현재까지 한 달에 한 번꼴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진척은 전혀 없다. 시가 LH의 야음지구 개발에 반대하면서도, 야음지구에 대한 활용 방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음지구는 도심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공단 공해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는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알짜배기 땅이지만 무작정 개발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LH가 제시한 녹지 비율은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만약 LH가 아닌 민간이 개발할 경우 녹지 비율은 이마저도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개발과 공해 차단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면 시 주도의 공영 개발만이 해답인 셈이다.

야음지구 부지 개발 방안을 생각하면 산재전문 공공병원 유치 과정이 떠오른다.

남구는 산재전문 공공병원 유치위원회를 발족한 뒤 인근에 공단이 밀집해 있고 시민들의 접근이 가장 용이한 남구에 공공병원이 건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수국제양궁장 인근이나 야음 근린공원 용지를 후보지로 추천했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로 결정됐지만 야음지구가 병원 부지에 어울린다는 주장은 곱씹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야음지구 부지에 병원이 들어선다면 남구는 물론이고, 인근 중구와 북구 주민들의 의료 편의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LH는 80만㎡에 달하는 야음지구의 70% 수준을 공원으로 되살리고 나머지 부지에 주거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병원을 조성하게 되면 더 많은 녹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동구 울산대학교병원 부지가 5만㎡ 남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발 이후에도 어느 정도 수준의 녹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계산이 대강 나온다.

울산대 측은 제2울산대병원과 관련, 1000병상 규모의 병원을 도심에 지으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시가 부지를 제공해 준다면 결정이 용이할 것이라는 속내를 비추고 있다.

물론 시 입장에서는 사학 재단에 병원 부지를 제공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두겸 시장은 시민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대목은 새겨볼 필요가 있다.

시가 LH에 야음지구 활용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공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권한이 없는 실무진의 협의는 시간만 잡아먹을 뿐이다. 이제는 정치적 해법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병원이 됐든 다른 방안이 됐든 시가 울산 발전을 위한 야음지구 부지 활용 방안을 하루빨리 제시해 주길 바란다. bong@ksilbo.co.kr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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