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디지털 기기의 사용 확대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 손에는 하나 이상의 카메라가 쥐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는 점점 옅어지고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게다가 사진은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고 기술 습득이 용이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 예술 분야에서 매체로 활용된다. 결국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사진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15년 이상 사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것은 작품·경제 활동 모두를 포함한다. 때로는 사진이 단순한 취미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가혹한 현실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어쨌든 전공을 살린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을 하는 것에 있어서, 특히 작품 활동에 있어서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두 가지의 질문을 던진다. 첫째는 꼭 사진이어야 하는가, 두 번째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방식인가.

나의 작품에서 꾸준히 활용되는 소재는 사람의 얼굴이다. 사진을 찍다 보니 수많은 얼굴을 마주한다. 한 인물을 촬영하면 보통 내 머릿속에는 세 가지의 이미지가 남는다. 그 인물의 실제 얼굴, 사진 촬영 원본, 그리고 각종 후반작업을 거친 최종본. 고객의 니즈가 최우선인 상업사진의 경우에는 촬영자인 나의 의도를 개입시키거나 필요 이상의 사진 기술을 적용시킬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세 이미지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이런 때에 느껴지는 생경함, 괴리감은 간혹 나를 자괴감에 빠지게도 했다. 이미 사진의 사실성을 믿는 시대가 끝이 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진은 존재증명이자 부재증명’이라는 사진의 가장 매력적인 명제를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장 공을 들이는 작업은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활용해 단 한 장의 인물사진으로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행위는 ‘믿는 대로 볼 것인가, 보이는 대로 믿을 것인가?’라고 관객들에게 되묻는 나의 질문이다. 사진 그 자체와 존재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인 것이다. 더불어 그 목적은 전시장에서 마주한 수많은 낯선 얼굴들이 단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된 허구의 이미지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관객들이 느끼는 미묘한 감정에 대한 고찰도 포함한다. 이 작업은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기 때문에 힘을 발휘하는 것이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표현법을 택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곧 다가올 연말에 있을 개인전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사진에 대한 가치와 나의 작품에 대해 고심하는 나날이 이어진다. 많은 이들이 사진은 ‘시(詩)’와 같다고들 한다. 깊이 있는 연구가 계속되고 건강한 사진 문화가 형성된다면 사진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예술 장르로 남을 것임에 대한 의심은 없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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