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간절곶 겨울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작은 호텔 연회장. 인근 농어촌마을 주민들이 작은 무리를 이뤄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이런 호텔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모처럼 나들이 나온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니 이른 아침 호텔 로비에 활기가 돈다. 시간에 늦었다고 타박하면서도 늦게 온 이의 팔짱을 끼며 발길을 재촉하는 사람도 있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들어서며 서로에게 눈인사를 건내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가 진행한 ‘농어촌마을 방문약료 시범사업’ 결과를 직접 참여했던 주민들에게 보고하고 그에 대한 소감과 평가를 듣는 자리다.

발표를 맡은 김인현 약사는 “방문약료 사업은 각종 약물의 과잉·중복 섭취를 예방하고, 이를 통해 불필요한 건강보험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약물을 일반쓰레기와 함께 폐기하면 환경오염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약이 남거나 어떤 목적으로 받아 왔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때는 가까운 약국을 방문해서 폐기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함께 사업을 수행한 김민교 약사는 “각 가정에 방문해서 1시간 가량 주민들의 약물복용과 건강보조식품 섭취 현황,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확인하고, 복약지도를 겸한 보관·폐기 방법을 알려드리면서 약국에서는 시간에 쫓겨 수행하기 어려웠던 보건의료인의 의무와 도리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울산광역시사회서비스원의 김익중 시설운영팀장이 방문약료 사업을 포함해서 공공의료연계망을 활용한 퇴원환자 지원 사례를 발표했다. 김익중 팀장은 “보건의료서비스는 가장 보편적인 국가사업이지만 농어촌의 경우 돌봄지원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기 위한 스마트케어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업을 수행하더라도 결국 마을공동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의미를 더할 수 있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언젠가 현장동료로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방문약료 사업은 약제관리의 효율화와 약물오남용 예방,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다. 이날 결과보고회에 참여한 주민들의 호응이 노인장기요양환자나 퇴원환자, 1인가구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방문약료 사업의 제도화 필요성을 보여준다. 마침 정부도 내년부터 지역사회 의료-돌봄서비스 연계체계를 강화하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맞춰 내년 상반기에 12개 지자체를 선정해서 방문형 의료서비스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울산은 산업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농어촌마을은 정책적 주목도가 떨어지고 복지사각지대를 당연시하는 문화가 있다. 울산시는 공공서비스 전달체계가 태부족인 그 마을에도 사람이 산다는 걸 잊지말자.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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