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상헌 문화부 차장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울산문화예술회관 야외 전시장에 설치한 트리가 논란이 됐다. 트리는 울산 중구 중앙동 문화의 거리, 남구 삼산동 업스퀘어 광장, 롯데백화점 광장, 옥동 울산대공원, 울주군 삼남읍 KTX울산역 등에도 설치돼 있다. 울산지역 곳곳에 설치된 트리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울산문화예술회관에 설치된 트리만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트리 상단부에 설치된 ‘십자가’ 모양의 장식물 때문이다. 문화시설에 조성된 시설물이 특정 종교에 편향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울산 문화 1번지’다. 이에 따라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조례에 따라 운영 활성화 추진 등 회관 운영 전반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사용 허가의 범위’는 제3조에서 기본시설과 부속시설을 회관 운영에 제한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고, ‘사용의 제한’은 제6조에서 정치·종교·집회를 위한 목적은 제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십자가 모양의 장식물뿐만 아니다. 소공연장 앞에는 잔디밭에는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 조형물과 야간 경관도 설치해 놓았다.

울산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조형물은 지난 17일 울산 크리스마스 문화 대축제의 일환으로 울산기독교총연합회가 신청 후 설치한 것으로 부처님오신날 연등 설치와 비슷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특정 종교를 편향한다는 의도는 전혀 없고, 연말도 되고 해서 설치한 것으로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26일 철거할 방침이다. 좋은 뜻으로 이해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크리스마스는 종교 행사라기보다 대부분 사람이 즐기는 공휴일에 가까운 보편적인 축제일이다. 문화 행사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 유행 당시 울산 불교계 역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석등을 울산문화예술회관 분수대 계단에 설치한 적이 있었다. 이를 두고 전통문화 행사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처럼 문화의 기준이 모호하다. 바로 이 점이 우려되는 점이다. ‘문화의 불모지’였던 울산에서 30년 가까이 전통성을 지키며 지역 문화 발전에 조력해 온 울산문화예술회관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조금씩 흔들리면 언젠가는 한 번에 무너진다.

지난 24일 지역 종교계가 화합하는 행사가 울산 중구 성안동 백양사에서 열렸다. 기독교의 성자인 예수의 탄생일을 불교계에서 축하하기 위해 불교, 천주교, 개신교가 모여 ‘크리스마스 축하 이웃 종교 음악회’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도 대형트리 만들기,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 등을 준비했다. 이들은 모든 종교가 가지고 있는 사랑과 이해로 우리 사회의 충돌과 분열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민간의 만남이다. 이처럼 종교계의 화합은 이들의 몫으로 남겨두면 된다.

하지만,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울산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특정 종교에 편향되지 않도록 보다 정확히는 종교와 무관하게 모든 시민을 위해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전상헌 문화부 차장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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