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미래차 전환 가속도…부품업계 미래는
현대차 2025년 울산 전기차전용공장 준공 연 100만대 생산
전기·수소전기차 확대 부품업체 500~800여곳 위기감 고조
울산시, 자동차산업 재도약 ‘3대 전략 8대 정책과제’ 수립
미래 모빌리티분야 핵심 선도기업 100개 육성 방안도 추진

▲ 울산테크노파크 울산그린카기술센터 로비에 지역 업체에서 개발한 전기차·수소전기차 부품 등이 전시돼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내연기관 자동차가 대중화된 지 130여년 만에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인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연료를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와 수소 등을 이용하는 친환경으로의 재편이 이뤄지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2025년 울산에서 문을 여는 전기차 전용공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100만대를 생산·판매하고, 2030년부터는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키로 하는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의 미래차 전환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완성차 업계의 변화는 자동차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부품업계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변화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기업의 존폐가 위태롭게 되고, 이는 울산 경제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본보는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 상황을 점검하고 지자체 차원의 지원 방안을 살펴본다.

◇변화의 핵심은 파워트레인

내연기관은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가동한다. 흡입·압축·폭발·배기의 사이클을 통해 발생한 에너지를 전달, 자동차를 구동하는 원리다.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를 모터로 공급해 구동력을 발생시킨다. 수소전기차는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 뒤 이를 동력으로 활용한다.

즉 전기차나 수소차는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차의 보급이 확대될 경우 기존 파워트레인 계통의 부품업계는 설자리가 줄어들거나 사라지게 된다.

울산의 자동차 부품업체는 500여곳에서 800여곳으로 추산된다. 울산테크노파크의 조사에서는 520여곳으로, 울산일자리재단의 조사에서는 876곳에 달하는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일자리재단 조사의 업체 수가 많은 이유는 조선 등 타 업종 부품 수급을 공유하는 곳까지 모두 포함했기 때문인데, 시는 울산일자리재단의 조사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876곳의 업체를 부품군별로 살펴보면 의장부품이 191곳으로 가장 많고 금형사출설비가 177곳, 파워트레인이 174곳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차체부품이 106곳, 새시부품이 50곳, 전장부품이 28곳으로 뒤를 잇는다. 기타 업체는 150곳이다.
 

◇업종 전환 위기감 고조

전기·수소전기차의 확산이 빨라지면서 지역 부품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울산테크노파크의 자동차 부품기업 실태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70% 이상은 친환경 미래차 기술 분야로의 진출이나 전환을 희망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친환경 미래차 산업을 향한 변화가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2019년 28.3%에서 2021년 41.7%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친환경 미래차 산업 변화의 영향이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9년 40.4%에 달했지만, 2021년 비율은 23.2%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친환경 미래차로의 산업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2019년 29.8%에서 2021년 38%로 증가했다.

친환경 미래차 전환 속도가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 2019년 조사 당시 대비할 시간이 넉넉하다고 생각했지만, 불과 2년 새 친환경 미래차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전환 시점이 크게 앞당겨졌다고 부품업체들이 느꼈기 때문이다.

◇시 부품기업·연관산업 동반 성장 유인

시는 울산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3대 전략 8대 정책 과제를 수립했다. 이 중에는 자동차 부품기업과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을 유인하는 정책 과제도 3개나 포함돼 있다.

시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 핵심 선도기업을 100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대차 1·2차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기업 전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공동 투자 R&D 기금 250억원을 조성한다. 미래 모빌리티 역량 강화를 위한 글로벌 상생 협력센터에서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한다.

또 미래차 전환 기술 지원을 위해 2024년까지 지능형 전력구동 핵심 부품 지원 기반을 구축하고, 전기수소차 핵심 부품 및 차량 안전성 확보 등도 지원한다. 울산형 전기차 핵심 부품 기술 전환형 기업을 육성하고 차체 경량화 등의 기술 지원을 위해 고에너지정밀가공센터도 운영한다.

미래 모빌리티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수소전기차 안전검사소와 안전인증센터도 각각 2023년과 2026년까지 조성한다.

◇‘티어 다운’(tear down) 지원 필요

문제는 지역 부품업계들의 대응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규모가 영세한 2·3차 협력업체들은 현재의 생산에 급급해 미래를 대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부품업체들은 변화 대응의 애로 사항으로 투자금 확보와 미래차 정보 부족, 연구 개발 노하우 및 인력 부족, 투자 위험 등을 꼽고 있다. 업종 전환은 원하지만 기술과 정보, 자금이 없어서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정보 부족을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시의 티어 다운 사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티어 다운은 차를 해체해 부품과 기술 구조를 분석하는 과정을 말한다.

인천시는 수만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을 분해한 뒤 부품 기업들이 이를 통해 최신 전기차의 핵심 부품 기술 구조를 분석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재철 울산테크노파크 자동차기술지원단 생산기술지원센터장은 “업종 전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부품업체들에게는 미래차의 전체 기술을 보여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품을 개발할 때 목표가 있으면 이행이 한결 쉬워지는 만큼 티어 다운을 통한 정보와 목표 제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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