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지난달 22일, 의료법 관련 대법원 판결이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는데, 기존의 판례를 뒤집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파기·환송된 것이다.

이전에 대법원은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해서 진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의료행위의 가변성, 학문적 원리와 과학기술의 발전, 사회적 제도와 인식 변화 등을 고려해 이전의 판단기준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한의사와 관련된 판결은 아니었지만 의료법 관련 대법원의 판단 기준은 이미 변화하고 있었다. 치과의사가 미용 목적으로 보톡스를 사용해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 판결에서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는 ‘의료기술 발전과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라고 봤다. 판결문에서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도,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중점을 두고, 의료 발전과 의료서비스의 수준 향상을 위해 소비자의 선택가능성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열어두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해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명확히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와 무관하다고 증명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2016년 치과의사 보톡스 판결 이후 의사협회의 대응이 흥미로웠다. 치과의사의 피부미용금지에 힘을 쏟지 않고 오히려 의사들이 구강미백학회를 만들어 치아미백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그에 반해, 이번 판결에 반응하는 의사들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의협 회장은 대법원 앞에서 삭발식을 하며 반대의사를 내비췄고, 의사 관련 학회에서도 반대성명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간호사회와 조산사회 등 다른 의료인단체가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와도 배치된다.

하지만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허용된다고 해서 곧바로 한의원에서 초음파 검사가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판결문에서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의료법 위반 여부와는 별개’라고 단서를 달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판결문을 읽어보면, 초음파 진단기기 외에도 다른 진단기기 또한 한의사가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해석된다. X-ray나 MRI 등 다른 진단기기에 대한 사용여부는 명확히 결정되지 않았으며, 치료용 의료기기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복지부의 기존 유권해석 방향은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초음파 부품 관련 회사가 상한가를 치는 등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의료기기 활용으로 한의계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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