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의 印尼 2대0으로 꺾고
베트남, 미쓰비시컵 결승 올라

▲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오른쪽에서 세 번째). 연합뉴스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에서 펼쳐진 한국인 축구 지도자들 사이 치열한 신경전의 승자는 박항서(64) 감독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9일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미쓰비시컵 준결승 2차전에서 자신이 이끈 베트남이 인도네시아를 2대 0으로 꺾자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울리자 박 감독은 선수들을 부둥켜 안고서 팔을 허공에 뻗으며 기쁨을 격하게 드러냈다.

박 감독은 4강에서 격돌한 신태용(53)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과 양보 없는 ‘장외 신경전’을 펼쳤다.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1차전을 득점 없이 비긴 후 박 감독은 “인도네시아도 좋은 팀이지만 우리가 더 강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그러자 신 감독은 이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베트남이 더 강한데 왜 0대 0으로 비겼느냐”고 반박했다.

두 감독은 5일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악수를 하지 않아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6일 이에 대한 질의를 받은 신 감독은 “나는 악수를 하려고 했는데 박 감독님이 돌아서는 바람에 나도 멈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8일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거칠게 상대를 쓰러뜨리는 베트남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게시하며 또 한 번 신경전에 불을 지폈다.

신 감독은 이 영상과 함께 “주심과 선수는 페어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사령탑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9일 준결승 2차전에 나선 양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펼쳤다.

전반 34분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서 뛰는 아스나위 망쿨람이 거친 태클로 왼쪽 측면에서 도안 반하우를 쓰러뜨렸다. 그러자 이를 눈앞에서 본 박 감독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터치라인까지 뛰어가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4분 후 반하우는 반격한다는 듯이 경합 중 팔을 휘두르며 망쿨람의 얼굴을 가격했다. 이에 양팀 선수들이 몰리며 거친 몸싸움과 신경전이 이어졌다.

후반 29분 코너킥 상황에서 자리싸움 중 또 한 번 선수들끼리 말싸움이 붙자 황급히 달려간 주심이 연신 휘슬을 불며 경기를 정돈하려 애를 써야 했다.

이 같은 격전 끝에 1, 2차전 합계 0대 2로 뒤진 인도네시아는 결국 준결승에서 고배를 마셨다.

반면 이 대회를 끝으로 베트남과 약 5년간의 동행을 마무리하는 박 감독은 ‘마지막 도전’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 그의 최종 상대는 말레이시아와 태국 중 한 곳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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