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개발제한구역은 도시 주변 녹지를 보존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을 말한다. 고려시대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가 있었다. 바로 ‘금산’이다. 이곳은 벌목이 금지됐다. 목적은 무분별한 벌목 방지로 목재 확보와 산사태 예방이다. 도심지 확장을 억제한 취지를 보면 개발제한구역과 꽤 흡사하다. 개발제한구역은 1971년 서울을 시작, 1973년엔 울산, 1977년까지 전국 13개 도시 외곽에 지정됐다. 도입 취지대로 시가지의 압축 성장은 유도했지만 개발 가용지 부족에 따른 소규모 난개발을 양산했다는 부작용도 함께 유발했다.

울산의 개발제한구역이 전면 해제될 수 있는 순간도 있었다. 부작용으로 완화 촉구 요구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1999년 제도 개선 방안을 수립하고, 춘천·청주·전주·여수·진주·통영·제주 등 7개 중소도시권의 개발제한구역을 전면 해제했다. 울산을 포함한 7개 대도시권은 부분 조정했다. 1997년 광역시로 승격된 울산이 대도시권으로 분류돼 부분 조정된 것이다. 울산의 도약을 이끈 광역시 승격이 울산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 것은 아이러니다.

울산 개발제한구역의 전면 해제나 지자체장의 해제 권한 확대가 필요한 것은 울산의 특이성 때문이다. 광역시로 승격된 울산의 개발제한구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도시의 중심부를 관통하고 있어서 도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울산이 해제 대상지로 꼽고 있는 북구 창평지구는 이미 개발이 활성화된 농소1동과 송정동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데, 국토교통부는 연담화 방지 규정을 들며 해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연담화는 중심 도시의 팽창과 시가화 확산으로 주변 중소 도시와 서로 달라붙어 거대 도시가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두 도시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하나의 공동체임에도 행정기관이 달라지는 등 여러 부작용이 일어나 연담화 방지가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광역시 승격 이후 울산시와 울주군의 통합으로 농소1동과 송정동은 북구라는 하나의 지자체로 거듭나면서 오히려 연담화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최근 국토부는 2023 업무계획을 통해 시도지사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기존 30만㎡ 이하에서 100만㎡ 미만으로 3배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울산 입장에서는 일견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정작 실익은 없어 보인다. 이전과 다름없이 개발제한구역 해제 전 국토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부는 환경 보전이 필요한 지역은 철저히 관리하자는 입장이어서 해제 절차가 더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울산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민선 8기 울산시의 핵심 공약이다. 시는 부산·경남과 연합전선을 펼치며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들이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대폭 이양 받아야 한다고 국토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 발전에 필요한 부분만 해제하고, 나머지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관리는 더욱 엄격히 한다는 구체화된 방안을 제출했을 때, 국토부는 어떤 식으로든 이에 화답해야 할 것이다.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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