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형 사회부 기자

울산 곳곳에서, 특히 도심에서 집비둘기로 인한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비둘기 아줌마 또는 비둘기 할머니로 불리는 5~6명이 쌀 등 곡식을 가방에 채워다니면서 비둘기에 모이를 주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는 5년 전부터 민원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비둘기 모이 주기로 개체수가 크게 늘면서 사유물 피해, 위생문제 등이 발생해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일각에서는 인간이 비둘기 등 동물과의 공존을 위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모이 제공이 공존의 책임감이 될 수는 없다. 분별없는 모이 제공은 주민 간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다 도심 속 집비둘기들의 야생성을 저하시키는 데도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둘기는 모이를 쉽게 접하다보니 모이 활동이 줄어들어 쇠약해진 상태에서 비만을 겪기도 한다. 왕성한 번식력은 또다른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비둘기 배설물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 베란다, 실외기 등을 부식시키거나 악취를 발생시키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환경부는 2009년 6월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이와 관련 불임 모이, 포획을 가능토록 하는 규정도 있으나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적극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도 모이 주기를 단속할 뾰족한 방안이 없어 전전긍긍이다. 잠복·권고에 이어 현수막, 전단지 배부 등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안내에 모이 주는 행위는 줄어들지 않는다. 모이를 주면 안된다는 주민들도 많아 근본적인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분명 대안은 필요하다.

한 주민은 “실외기에 (비둘기) 배설물로 엉망이 돼서 여러번 청소를 하다가 화가 나 먹이 주는 사람한테 항의도 해봤다”면서 “그 사람이 자연을 위하는 일인데 이해해줄 수 없느냐고 오히려 반문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불만은 심한 경우 소송이나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유럽·일본은 먹이주는 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한다. 일부 지자체도 과태료 부과 등을 검토한 바 있지만 법에 관련된 내용이 없어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모이 주는 행위를 단순히 동물 사랑으로 생각해서는 안될 일이다. 집비둘기의 본능을 깨우고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도모하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책임감이다. 비둘기 습성과 서식지 등을 파악해 시설물 피해는 최소화하고 개체수는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공존을 위한 공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봤으면 한다.

강민형 사회부 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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