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연 법무법인PK 대표 변호사

미용실에 갈 때면 항상 잡지를 펼쳐 든다. 어떤 종류의 잡지든 누군가에 대한 인터뷰가 실려 있고, 대상자가 누구든 인터뷰를 읽는 것을 매우 즐기기 때문이다. 인터뷰의 대상이 되는 누군가는 고심 끝에 대답을 내놓은 것일 테고, 나는 짧은 시간에 그들의 깊은 고민이 담긴 대답을 듣게 되니 그야말로 효율적인 이야기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몇 주 전, 방문한 미용실에서 어김없이 잡지를 집어 들었다. 인터뷰를 찾아 페이지를 넘기던 중 우연히 안효섭이라는 배우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언제인지에 대한 그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한석규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연기 재미있지? 잘하면 더 재미있다.’ 그때부터 정말 연기에 대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죠. 지금도 재미있는데 잘하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대화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에게 변호사는 큰 돈을 벌지 않아도 즐거운 직업이다(물론 큰 돈을 벌게 되면 더 즐거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일을 잘하게 된다면 얼마나 더 즐거울까. 잠깐의 상상만으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문자 그대로 ‘짜릿’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지식의 축적이 먼저라는 단순한 생각에 온라인강의를 결제하고, 관련 서적을 주문해 본다. 그러나 원래 무색무취하고 형태가 없는 다짐이라는 존재는 생명력이 약한 법이다. 다음 날이 되자 다짐이라는 녀석은 이미 존재감을 잃었고, 이미 결제된 온라인 강의는 들어 줄 사람을 잃었다. 그 다음 날 도착한 책은 한 번 펼쳐지지도 못한 상태에서 조용히 구석 자리를 찾아 간다.

사실 우리 모두는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내기도 벅찬 존재이다. 기억할 수 없는 과거부터 적어오던 ‘TO DO LIST’는 하나가 지워지면 바로 다른 하나를 생성해 내는 것으로 보아 자아가 있는 불멸의 존재임이 분명하다. 어느 개그우먼의 유행어처럼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해야만 하는 일을 놓치지 않는 것만 해도 대단하잖아! 누구도 묻지 않은 답변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왠지 모를 패배감을 감춰 본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면, 결국 내가 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우선이다. 의뢰인과의 대화에 더 집중하고, 서면을 쓰면서 각종 논문과 판례 등 자료찾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완성한 서면을 여러 차례 퇴고하는 과정들은 결제만 해놓고 듣지 못한 온라인강의보다 더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정성을 담아내는 것, 늘 하던 방법대로가 아니라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는 것, 그 밀도 높은 과정들을 지나고 나면 나는 분명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게 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게 돼 더 재밌게 일할 생각을 하니 다시 한 번 온 몸이 문자 그대로 ‘짜릿’해 진다.

박지연 법무법인PK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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