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예상보다 낮은 경제성
KBSI 상세기획 연구용역 결과
경제성 기준치인 1 밑돌면서
예타통과 장담할 수 없게돼

②쪼그라든 사업비
당초 1조원대 규모 사업 구상
KBSI 용역서 사업비 반토막
인프라 축소 구축 불가피할듯

③공모사업 전환 가능성
울산·광주·강원 협력해 추진

자료이미지
자료이미지

울산시의 초광역 고자기장 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에 악재가 돌출, 울산시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악재는 당초 예상과 달리 낮은 경제성과 사업비 축소 그리고 공모 전환 가능성 등이다.

1일 시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따르면, 시는 광주·강원 및 KBSI와 초광역 고자기장 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자기장 기술은 미래 첨단과학 실현과 연관된 획기적인 기술이다. 고자기장이나 초저온 등 극한 환경에서 고온 초전도체, 그래핀, 양자소재 등 신물질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등 기초과학 발전에 기여한다.

글로벌 제조산업 혁신을 주도할 게임 체인저 역할을 담당할 수 있고, 에너지, 교통·수송, 의료·바이오 등 분야의 혁신을 창출할 핵심 기술 개발도 가능하다. 핵융합, 방사광 가속기, 중이온 가속기 등 대형 연구시설 구축 시 국가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핵심 기술이다.

시는 탄소 중립 실현은 물론 지속 가능한 첨단 에너지 기술 선도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고자기장 연구소 유치에 나섰다.

이에 울산 등 3개 지자체는 지난해 2월까지 사전 기획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예비타당성 조사에 대비해 KBSI를 통해 상세 기획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문제는 용역 최종보고회까지 완료했지만 현재 수준으로는 예타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잠정적으로 내려졌다는 점이다.

우선 예타 통과의 최대 관건인 경제성이 기준치인 1을 밑돈다는 결과가 나왔다. 3개 지자체가 실시한 사전 용역에서는 경제적 타당성이 낙관적 시나리오에서 12.1, 보수적 시나리오에서 3.8로 나오는 등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KBSI가 진행한 상세 기획 연구용역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초기 투자 비용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 당장 성과가 나오는 시설이 아니라는 점이 걸림돌이 됐고, 현재 이용할 수요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예타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KBSI에서는 일단 사업의 편익을 최대한 높여 경제적 타당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KBSI는 사업을 주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예타 통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할 경우 사업을 분리해 추진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업비도 사전 기획 연구용역 당시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는 3개 시·도의 연구·실험동 구축에만 7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하는 등 1조원대 규모의 사업을 구상했다.

그러나 상세 기획 연구용역 과정에서 사업비는 5000억원대로 반토막났다. 이에 사전 기획 연구용역에서 구상했던 인프라 구축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는 공모 전환이다. 사전 기획 연구용역에서는 KBSI가 사업을 총괄하고, 울산이 에너지, 광주가 신소재, 강원이 의생명 분야를 중점 추진하면서 연계 협력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그러나 상세 기획 연구용역 진행 과정에서 과기부는 지역을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결국 KBSI는 이를 용역에 반영했다. 향후 사업은 공모를 통해 대상지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은데, 사전 기획 연구용역을 통해 유리한 고지는 선점한 셈이지만 공모에 선정된다는 장담은 하지 못하게 됐다.

한편 예타를 진행하더라도 시기는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KBSI는 당초 지난해 연말 상세 기획 연구용역을 완료한 뒤 예타를 신청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상위계획 반영이 우선인 만큼 과기부의 중장기 계획에 반영한 뒤 예타를 신청하기로 했다. 과기부 계획 반영 시기는 3월께로 예상된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