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외환시장 구조 개선안 발표

내년 하반기부터 외환시장 거래 마감 시간이 현행 오후 3시30분에서 새벽 2시로 늦춰진다. 늦은 밤 해외 주식을 거래하는 ‘서학 개미’ 투자자가 시장 환율로 바로 환전해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7일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먼저 국내 외환 시장 마감 시간을 한국 시각으로 런던 금융 시장이 마치는 오전 2시까지 늘리기로 했다.

은행권 준비 상황 등 여건을 살펴 향후 거래 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기존 거래 시간은 주식 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였다. 다만 매매기준율은 기존처럼 오전 9시~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산출한다.

정부는 또 씨티은행·HSBC·BNP파리바 같은 글로벌 은행·증권사 등을 외환당국이 인가한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 일명 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로 지정해 직접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외환은 나라 안과 밖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이라며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과 같은 낡은 도로로는 그간 비약적으로 확대된 이동 수요를 감당할 수도 없고, 좁은 도로 때문에 안정성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불편한 도로 여건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접근성이 제약받고 이로 인해 국내 시장과 산업의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 증가와 민간 대외자산 확대, 외화유동성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그간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강화된 만큼, 이제는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딛고 외환시장을 개방·경쟁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거래시간도 연장해 국내외 투자자 모두 원하는 시간에 다양한 경로로 원화를 환전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시장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원화 표시 자산 매력도도 올라가는 한편, 국내 금융기관의 사업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환시장 개방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외국 금융기관의 참여가 자유로워지면 투기성 자금 유입이 많아져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장 시간이 연장되면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시간대에는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고려해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 인가를 받은 외국 금융기관만 외환시장에 참여하도록 하고 단순 투기목적 기관의 참여는 불허하는 방식이다. 또 시장에 참여하는 외국 금융기관은 반드시 국내 외국환 중개회사를 경유해 거래하도록 해 당국의 거래 모니터링·시장 관리 기능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시행 목표 시기는 내년 하반기다. 정부는 앞으로 공론화와 법령 개정, 은행권 준비 등을 거칠 계획이다. 석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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