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유·가스·전기료 등 2~3배 급등 천정부지 난방비용 한숨
난방비 부담에 온도 낮추자 딸기 ‘저온성 곰팡이’ 피해도
딸기·부추·육묘 농가 경영난 가중 조속한 대책 마련 촉구

▲ 울산시 북구 중산동에서 딸기농가를 운영중인 강중원씨가 난방비 폭등으로 온도를 유지하지 못해 ‘저온성 잿빛곰팡이병’(작은 사진)이 발병한 딸기잎을 잘라내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기름값과 전기료, 가스비 인상에 따라 난방비가 치솟자 울산지역 시설 재배 농민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유례없는 에너지 비용 지출 속에 생산량과 수요 감소 영향으로 수입마저 줄어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13일 찾은 울산 북구 중산동의 한 딸기 시설하우스.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겨울 한파 속 가스·전기요금 폭등 후유증으로 온도계로 향하는 시선도 바빠졌다.

이 곳에서 5년째 딸기를 키우고 있다는 A씨는 최근 한 달간 LPG가스 사용 요금으로 320만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기간(120만~130만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비교적 저온 작물인 딸기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은 나은 편이지만 하우스 내부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밤낮으로 난방을 해야 한다. 치솟는 난방비 부담에 온도를 조금 낮췄더니 금세 ‘저온성 잿빛 곰팡이’가 번져 온종일 줄기 솎아내기로 분주해졌다.

A씨는 “겨울을 보내는 시설농가는 난방 온도에 따라 고정비 차이가 크게 난다. 단 1~2℃ 차이가 난방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토로했다.

울산 북구 상안동에서 9917㎡(3000평) 규모 시설에서 부추를 재배하는 B씨 역시 평년의 두 배에 달하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부추는 비닐하우스 지붕 사이 지하수를 뿌려 수막을 만들고 보온 효과를 내는 수막재배를 한다.

B씨 역시 지하수를 이용한 수막재배로 부추를 기르고 있어 평소엔 50만원 수준의 전기요금을 납부하면 됐지만, 지난달엔 90만원이 고지됐다.

그는 “하루에도 몇 시간씩 전기 양수기도 돌려야 하는데 이번 전기료 인상으로 부담이 커졌다. 여름부추를 출하하는 타 지역과 달리 울산부추는 출하시기가 겨울이다보니, 연료비 부담이 더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울주군 웅촌면에서 채소 육묘장을 운영하는 C씨는 하우스 시설 난방에 사용되는 등유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 부담이다.

고추, 오이, 토마토 등 다양한 모종을 재배해 판매하고 있는데 고추나 오이 같은 고온성 작물은 온도를 15~17℃까지 올려야 한다.

C씨는 “등유는 경유에 비해 가격이 높은데다, 열효율까지 떨어진다. 올해는 최악의 한파까지 닥쳐 가뜩이나 비싼 기름을 더 많이 썼다”고 한숨 쉬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주 울산지역 실내등유 평균가격은 1370원으로 1년 전 같은기간(981원) 대비 39.7%(389원) 올랐다. 한 달에 5000ℓ가량의 등유를 사용하는 C씨의 경우 이달 685만원 가량의 난방비를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1년전(490만원) 보다 100만원 이상 지출이 늘어난 셈이다.

C씨는 “곧 벼 육묘 재배를 시작할 예정이다. 5월 출하 시기까지 기름값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작년부터 시작된 농자재, 요소비료, 면세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농가들을 외면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 마련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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