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원의 가장 큰 역할 가운데 하나는 그 지역 향토사를 발굴·보전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소비적인 논쟁보다 타당한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는 일종의 미덕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것을 일부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지난 5일 동구 지역의 향토사를 중점 연구하고 조사하기 위해 향토연구소를 개설하기로 한 동구문화원의 허량(57) 원장은 "흑백논리"보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열린 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지역 문화원 통·폐합 논란과 관련해서 그의 입장은 명확했다.
 허 원장은 "소비적인 논쟁보다 일정 부분 지적을 받아들이면서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 활동을 강화하고, 그 지역성을 보존·창조해 나가는 문화원 본연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구문화원은 향토연구소 개설에 발맞춰 일제 강점기 당시 동구 지역 독립운동의 산실이었던 "보성학교"와 이곳에서 교사로 재직했던 서진문 선생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데 힘을 쏟고 있다.
 서진문 선생은 일본 천황 마차에 폭탄을 투척하려다 투척 직전 체포된 인물이다.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된 자료가 거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올 연말께 연구의 성과물을 동구문화원지 〈어풍대〉에 실을 예정이다.
 허 원장은 "우리들의 목적은 일단 잊혀졌던 역사적 사실을 수면 위로 떠올려 학계와 언론의 조명 속에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원장은 동구문화원장 외에 지역 순수 음악인들의 모임 "객석문화"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저 음악이 좋다"고 말할 정도로 음악은 허 원장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허 원장은 올해로 3년째 "객석문화"를 이끌고 있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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