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석 울산 중부소방서장

옛 선조들은 계절과 기후가 변하는 것을 절기(節期)라 부르고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24절기로 구분하여 농사와 각종 행사를 열었다. 겨우내 숨어서 잠을 자던 벌레나 개구리들이 봄기운에 놀라 깨어나고,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과 초록빛의 풀들이 소생하는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이 돌아왔다.

하지만 봄바람이 매우 쌀쌀하여 두터운 털을 가진 여우마저 눈물 흘릴 정도로 매섭다는 뜻을 가진 ‘봄바람에 여우가 눈물 흘린다’라는 속담에서 보듯이 강한 봄바람과 낮은 습도는 화재발생의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준다.

소방청에서 관리하는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화재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울산의 전체 화재건수는 4259건, 재산피해액은 약 1600억원으로 이중 봄철(3~5월)에 1093(25%)건, 재산피해액 315억원(19.7%)이 발생해 타 계절 대비 겨울철 다음으로 발생건수 및 피해규모가 높게 나타났다.

화재발생장소는 건축·구조물(46%), 야외(30%), 자동차·철도차량(11%), 순으로 발생하였고, 화재원인으로는 부주의(57%), 기타요인(21%), 전기적요인(15%) 순으로 나타났다.

건조한 기후와 입산자 증가는 산불 발생의 위험성을 높이고, 농가 밭두렁 태우기 등은 임야 화재의 원인이 된다. 또한 겨울철 영하기온으로 중단된 건설현장 공사들이 일제히 재개되고, 다수의 불특정 시민이 운집하여 참여하는 지역축제 등도 봄철 화재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중부소방서에서는 ‘대형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저감 추진’이라는 목표를 갖고, 봄철 맞춤형 화재안전대책을 시행하려 한다.

먼저 따뜻한 기온에 맞춰 재개되는 건설현장 등 화재취약시설에 선제적 안전대책을 추진한다. 건설현장은 화재 위험성이 높지만 일반 대상물에 비해 소방시설이 취약하기에 지속적으로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안내와 임시소방시설 설치를 지도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화재안전교육을 실시한다.

화재취약 주거지역에 대한 실효적 예방대책도 추진한다. 주거용비닐하우스, 소규모 숙박시설 등에 화재안전 컨설팅을 진행하고, 건축·전기·가스 등 관련기관과 합동점검을 통해 화재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할 예정이다.

요양원 등 피난약자시설과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화재안전조사를 통해 소방시설 차단이나 비상구 등 폐쇄여부를 중점 확인하여 이용자의 대피안전을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야외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와 각종 지역축제 및 행사장에 대한 맞춤형 예방대책을 전개한다. 캠핑장에는 난방·전기·취사 사용에 대한 안전수칙을 안내하고, 안전인증 제품을 사용토록 권고한다.

부처님오신날, 어린이날 등 주요 연휴 기간 각종 지역축제 행사장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안전교육도 병행하여 화재안전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조심조심(操心操心)이라는 사자성어는 操(잡을 조)와 心(마음 심)자를 두 번이나 써서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매우 마음을 쓰는 모양’이라는 뜻이다.

중부소방서 189명의 소방공무원도 2023년 한 해 소방안전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준비하여 화재 예방을 위한 마음을 다잡으려 한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지만 한순간의 실수나 부주의로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도 있다.

이에 시민들도 안전을 소홀히 하면 언제든지 자신에게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틈틈이 주변의 화재 위험을 살펴보고, 조심 또 조심 불조심 해주시길 당부 드린다.

정진석 울산 중부소방서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