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동 전 국회의원

춘래불사춘! 세계 금융시장에 몰아닥친 꽃샘추위에 3월 초 금융시장도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다. 지난 3월8일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의 ‘18억 달러 손실 발표‘가 촉발한 뱅크런과 파산사태가 전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9일 하루에만 420억 달러의 예금인출에 이어 이틀만에 폐쇄한 SVB는 스타트 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미국 내 16위 규모의 큰 은행이라서 더욱 충격이 컸다. 뉴욕의 시그니처은행까지 불똥이 튀자 놀란 미국 정부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함께 긴급히 ’비보호예금을 포함한 전액 예금보호 조치와 정책자금지원 방침을 발표함으로서 ‘시장 불안‘의 급한 불을 끄기에 나섰다.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을 의식한 조치다. 다행히 시장 불안 심리는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나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고 불안불안한 상황이다. 일주일도 안 된 15일에 발생한 스위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의 주가 폭락은 스위스 금융당국으로 하여금 긴급유동성 지원 카드로 진화에 나서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잘 살펴봐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 이번 위기 상황은 과거 전통적 위기 경로와 다른 점이 있다. 전통적 경로대로라면,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신흥국의 자본 이탈→금융시장 불안→신흥국의 위기 발생을 가져오는 패턴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다른 점은 미국의 긴축정책의 여파가 신흥국을 경유하지 않고 미국 월가에 바로 직접적으로 충격이 가해졌다는 사실이다. SVB가 조성된 자금을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투자했으나 급속한 금리 인상으로 미국 국채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자 불안해진 거래 기업들이 예금인출을 서두르면서 유동성 부족에 봉착한 결과로 파산에 이른 것이다. 전통적으로 거래 기업 등의 부실화로 야기되는 위기와는 다르게 인플레 억제를 위한 긴축정책과 대폭적인 금리 인상 조치의 후폭풍이 주된 원인이란 분석이다.

둘째, 위기 파급이 급속히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다반사가 된 디지털화로 인해 뱅크런도 빛의 속도로 급속히 파급되는 양상을 보였다. 온라인거래가 활발해진 상황에서 과거 오프라인 시대에 비하여 그만큼 정책적 대응도 빠르지 않으면 자칫 때를 놓칠 우려가 커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매의 눈으로 시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유사시 바로 대응할 시의적절한 ‘컨틴전시 플랜’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과거 1997년도 IMF 위기를 경험해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실제로 국내 금융시장도 SVB사태 여파로 일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안정적이던 대미환율도 1,300원대로 상승하며 시장의 불안 심리가 나타나기도 했다. 다행히, 정부와 금융당국의 발 빠른 대응으로 시장은 안정세를 회복해 가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같은 금융당국이 유사시에 대비하여 뱅크런 발생 시 금융회사의 예금 전액을 정부가 지급보증하는 방안을 포함한 관련 제도와 필요 절차를 점검하고 나선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대처였다고 생각한다. 과거 IMF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일시적으로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시행한 정부 부처의 실무책임자였던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도 시장 불안 심리의 안정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미국 금융당국의 향후 금리정책의 향배가 주목된다. 3월14일에 발표된 미국소비자물가지수가 6% 상승으로 여전히 높아 인플레 억제의 필요성이 상존한 가운데 SVB사태로 나타난 급속한 금리 인상의 문제점이 혼재하고 있어 FOMC의 금리 수준 결정에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 우리는 우리대로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두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이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시스템 위기 발생 패턴에는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금융회사의 부실 우려 시 사전적 예방적 지원 근거가 되는 ‘금융안정계정’의 설치를 허용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입법을 촉구한다.

박대동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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