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지난 12~13일을 즈음해 용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각 지역의 숙원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면제 사업으로 채택해 선물 꾸러미를 안겨준 것처럼 윤석열 정부 역시 비슷한 발표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인 15일 정부는 국가첨단산업벨트를 조성하기 위해 새로운 국가산업단지를 선정키로 하고 전국 15개 지자체를 후보지로 지정했다.

그러나 선물은 울산에까지 돌아오지는 않았다. 경기도를 포함해 대부분의 지자체가 후보지에 선정됐음에도 울산은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울산시가 후보지 선정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도 이후 적지 않은 질문과 전화를 받았다. 정말 울산시가 신청을 하지 않았는지, 그랬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미신청 사유는 그야말로 허탈했다. 국토부가 보낸 공문의 골자는 ‘지자체가 요청한 신규 국가산업단지의 실현 가능성 등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시행 중이고, 후보지 신청 관련 제안서 작성 및 평가 설명회를 연다’는 것이었다. 윤 정부에 신규 국가산단 지정을 요청하지 않았던 울산은 대상지가 아니라는 뉘앙스가 가득했다. 결국 문서 수발 담당자는 상부 보고 대신 부서 공람을 선택했고, 수백건의 공람 더미에 묻혀 과장·국장선까지 전달되지 못한 채 공문은 사장됐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신규 국가산단을 조성하는 대규모 국가사업의 참여 의사 확인을, 달랑 공문 한 장으로 끝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아쉬움은 크게 느껴진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산단을 조성하겠다는 울산의 강한 의지를 알고 있는 국토부가, 울산이 신청서를 내지 않고 설명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한 번쯤 확인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울산시가 국토부에 항의했더니 여러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울산시는 한 번도 회신을 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시 차원의 점검 결과 첫 공문 외에 어떤 공문이나 확인 전화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안의 경중을 제대로 따지지 못한 울산시의 실책도 문제지만, 국토부 역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임은 틀림이 없다.

정부의 후보지 선정 발표 이후 그야말로 숨 가쁜 십여일이 지났다. 그동안 울산시는 정부와 접촉해 추가 후보지 선정을 요구했고, 대통령실의 지원 의지도 이끌어냈다. 지난 24일 국토부를 방문해 사전 협의도 진행했다.

다행히 사태는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 시점에서 괜히 ‘갑 중의 갑’인 국토부의 실책을 재차 부각하며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유사한 사안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지적은 불가피해 보인다. 울산시가 중앙 부처 발신 공문을 의무적으로 국장급까지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주말 국토부는 국가첨단산업벨트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범정부 합동 추진지원단을 발족하기로 하고, 신규 국가산단 사업 시행자 선정을 내달 중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꼬였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울산의 추가 후보지 선정 절차도 조속히 완료해 주길 바란다.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bong@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