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철민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지난 3월 초, 울산시 국제관계대사로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해외사절단’에 포함돼 9박10일 일정으로 태국,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3개국 출장길에 올랐다. 34년간 외교관 생활을 하며 약 150회의 해외 출장을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설렘과 기대가 컸던 적은 없었다. 울산의 미래 60년을 그려 나갈 핵심사업을 추진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외교관들은 어떤 사업의 결과나 진행 상황이 매우 만족스러운 경우 “It couldn’t be better(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민선 8기 시의 첫 해외 출장 성과에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먼저, 시는 이번 해외 출장을 통해 수소경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울산은 수소 생태계 구축 시범모델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소경제 선도도시다. 그래서 청정에너지 강국인 유럽이나 미국으로부터 공조 러브콜을 여러 차례 받아 왔다. 이번 출장에서도 아랍에미리트의 국영석유회사 애드낙(ADNOC)이 김두겸 시장에게 3차례에 걸쳐 고위급 회담을 요청했다. 애드낙 측은 시가 제안한 ‘그린수소·암모니아 사업’에 깊은 공감대를 표하며 참여 의사를 밝혔고, 울산과학기술원과 함께 탄소중립 공동연구도 진행키로 했다. 올해 10월 말 개최되는 제28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8)의 지구환경 포럼도 시와 공동으로 추진한다.

애드낙은 회사의 명운을 건 수소사업의 핵심 파트너로 울산을 선택했다. 아부다비의 애드낙 본사 견학 당시 건물 한 층 전체가 텅 비어있었는데, 필자를 안내하던 한 고위관계자의 말이 “이제 곧 세계 최고의 수소산업 전문가들이 이 공간을 채우게 될 것이다. 울산의 전문가들도 자주 이곳을 찾게 될 것이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번 순방에서는 국제기업의 대규모 울산 투자 약속도 이어졌다. 민선 8기 울산시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13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유치 실적을 기록 중인데, 이에 버금가는 추가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S-OIL 소유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기업 ‘아람코(Aramco)’는 김두겸 시장을 다란에 위치한 본사로 초청해 극진하게 예우했다. 아민 알 나세르 사장과의 환담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길게 이어졌는데, 석유화학을 넘어 수소 생태계 분야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앞선 2번의 출장을 통해 울산을 아주 좋아하게 됐는데 이번 면담으로 강도가 더 짙어졌다. 울산을 꼭 다시 찾겠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에 이어 수소 분야도 수조원 대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또한 이번 출장은 울산 수출업체의 중동시장 교두보 역할을 했다. 시 해외사절단의 마지막 방문지는 아랍에미리트의 세 번째 도시 샤르자였다. 두바이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인구 130만명의 도시였다. 이 도시의 대표기업인 ‘이코노믹그룹홀딩스’가 울산을 동아시아 해외 수출입 거점으로 삼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시는 지역 최초의 아랍에미리트 진출 기업인 칠보공예 업체 ‘크로이수’ ‘이코노믹그룹홀딩스’와의 업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협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더 많은 울산의 기업이 아랍에미리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초석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공적개발원조 등의 해외협력사업 범위도 크게 확대됐다. 시 해외사절단은 방콕의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아시아태평양지부를 방문해 민관협력으로 생태를 복원한 울산대공원과 태화강 국가정원의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국내 지방정부 최초로 시행한 U-Fly(Ulsan for International Youth) 인재 양성 사업을 통해 FAO에서 근무 중인 울산 출신 청년을 만나 격려했다. 산업과 환경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천하는 울산의 우수함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돌아왔다.

중동이 울산의 매력을 주목하고 있다. 울산은 최첨단 석유화학단지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수소 도시이면서 국가 정원과 고래 관광지도 갖추고 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많은 기업이 속속 진출하고, 울산이 한층 성숙하고 부유한 도시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울산의 밝은 미래가 필자의 눈에는 이미 보인다.

박철민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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