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태화강 100리는 굽이굽이 삶의 현장이었다. 나름대로 독특한 생활양식을 지키며 조상대대로 뿌리를 깊게 내린 삶의 터전이 배어있다. ‘울산에는 500가지 스토리가 있다’고 할 정도로 태화강의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은 태화강이 단순히 울산을 지나는 강을 넘어 울산지역의 역사를 풀어주는 열쇠이자 울산 그 자체다.

울산의 추억을 들추어본다면 울산교 아래 동서로 길게 뻗어 있던 중섬(中島)이 있다. 이 근방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적 자랐던 사람들에게는 추억어린 섬이었다. 오랜 세월을 두고 강물 따라 떠내려 온 모래흙이 쌓여 형성된 충적주로 이 모래섬 주위에는 갈대숲이 무성했고 봄이면 황어, 가을이면 연어가 산란하러 강을 거슬러 올라왔다. 여름이면 참게와 붕어, 숭어가 회유했다. 이 모래밭의 중섬은 무·배추·땅콩·수박·참외 등 모래땅에 잘 자라는 작물을 많이 재배했다. 특히 이곳 무가 신선하고 맛이 좋아 옛날 아이들은 배고팠던 학창시절, 이 ‘섬밭무’를 몰래 뽑아먹기도 했다.

태화강 하류의 최남단, 즉 울산만과 경계에 세워진 명촌교 하류에 있는 돋질산 북쪽 끝자락의 동쪽에 조개섬(蛤島·합도)이라는 작은 모래섬도 있었다. 이 지역 출신인 50대 이상의 울산 토박이들은 모두 조개섬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섬의 이름이 그렇듯이 조개잡이로 유명했는데 까막(꼬막)조개·햇조개·백합조개 등이 많이 잡혔다.

그러나 생명의 강, 태화강도 빠른 도시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회색빛으로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각종 오폐수로 몸살을 앓던 태화강은 대대적인 태화강 살리기 사업으로 ‘태화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태화강에 연어와 은어가 돌아오고 2013년에는 전국 12대 생태관광지역, 마침내 지난 2019년 제2의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태화강이 올곧이 울산시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2020년 ‘큰 평화, 태화강 국가정원 프로젝트’라는 첫 번째 비전을 제시했다. ‘정원의 벽을 허물고, 시민의 삶 속으로’라는 주제로 도심 속 자연주의 공원문화 조성에 나섰다.

울산시는 또 두 번째 비전을 통해 태화강을 울산의 친환경 문화·관광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세계 최고의 생태관광 명소로 발전시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세계유산 가치를 지닌 반구대 암각화와 대곡천에서 태화강 하류까지 자연, 문화, 역사, 관광이 어우러진 복합벨트를 만들기로 했다. 이어 인근 남산로 0.8㎞ 구간을 지하화하고 일대에 실내식물원 등을 포함한 정원복합단지와 가든웨이를 조성하기로 했다. 남산 일원에 전망대와 케이블카 설치, 태화강~여천천 연결을 통한 태화강역 이용객의 접근성 향상 등 방안도 계획에 반영했다. 명실상부한 ‘태화강의 두 번째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도 ‘그레이트 선셋(GREAT SUNSET) 한강 프로젝트’ 구상을 발표했다. 매일 저녁 한강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백만불짜리 낙조를 만끽할 수 있는 뷰포인트를 곳곳에 마련해 해외 관광객 3000만 시대를 본격 견인하겠다는 내용이다.

서울 한강 프로젝트와 울산 태화강 프로젝트는 ‘생태’와 ‘친수’를 매개로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태화강에서 ‘생태’나 ‘친수’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생활 속에서 그 의미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문화 관광시설만 즐비한 벨트가 아니라 울산의 역사문화, 그리고 정신문화를 이어갈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수천 년 간 이어온 태화강의 도도한 물줄기는 과도할 정도로 소중한 우리의 정신문화 유산이며 가치이다.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고유한 가치들은 오래도록 기억되고 남는다. 곧 울산공업축제 등 주요 행사와 축제가 집중돼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은 4~6월 여행이 시작된다. 그 속에서 태화강에 얽힌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새로운 모멘텀으로 만들어야 한다.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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