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아 울산경제자유구역청

경제학자 루비니(Dr. Nouriel Roubini) 박사는 AI 혹은 ChatGPT(Generative Pre-Training Transformer)라는 새로운 기술로 인한 위기를 지적하면서 일반 직업뿐만 아니라 대부분 직종에 실직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파파고와 구글 번역과 같은 기계 번역의 등장으로 번역가의 자리가 좁아지는 판에 ChatGPT라는 또다른 위협이 등장했다. 번역뿐만 아니라 통역까지 AI가 대체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이미 번역학 관련 학술 연구에서 구글 번역과 ChatGPT 번역을 비교한 논문이 있으며, ChatGPT의 번역 결과가 구글 번역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결론이다(Peng et al, 2023). 구글 번역이 등장한 때에도 인간번역과 구글 번역 결과를 비교하여 구글 번역의 오류를 짚어내며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우세하였으나, 이제 신기술의 단점만을 찾아내는데 열중할 때가 아니다. Meta는 ChatGPT에 영상 자료 코퍼스를 활용하여 새로운 능력을 테스트하였다. 최근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ChatGPT가 단순히 텍스트만 수용하고 텍스트로 결과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영상물을 수용하여 이를 텍스트로 번역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했다(Mohamed et al, 2023). 다만, 번역을 위해 AI 혹은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모아 놓은 언어 자료를 ‘코퍼스(Corpus)’라고 부르는데, 영상 번역을 위해 ChatGPT에 입력된 코퍼스의 언어가 영어, 아랍어, 독일어, 그리스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대부분 라틴계 언어가 포함되어 있고, 한국어를 포함하여 영어와 언어적 거리가 먼 언어(distant language) 혹은 저데이터 언어(low-resource language)인 아시아권 언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한계이다. 하지만, 텍스트 번역을 위한 ChatGPT 데이터베이스에는 한국어도 포함되어 있으니, 그리 안심할 일도 아니다.

ChatGPT의 번역 능력도 입증되었으니, 영상번역가는 물론 모든 번역가는 ChatGPT만 있으면 번역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번역이 필요한 클라이언트들도 ChatGPT를 사용한다는 것이고, 번역가는 아주 낮은 확률로 있을지 모르는 오류를 검토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ChatGPT의 특성과 사용법을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ChatGPT는 OpenAI가 개발한 인공신경망 기반의 언어모델이며, 사전 훈련된 언어의 자연어 처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각종 언어 관련 문제 해결, 글쓰기, 사칙연산, 번역, 웹코딩 등을 대화 형식으로 답할 수 있다.

기계 번역과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인간과 AI의 대화 방식을 차용하였다는 점이다. 파파고에 번역할 텍스트를 복사, 붙여넣기하고 언어를 선택한 뒤 ‘번역하기’ 버튼만 누르는 방식과 다르다. ChatGPT에 명령이든 부탁이든 질문이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를 프롬프트(prompt)라고 한다. ChatGPT가 응답을 생성하기 위해 제공하는 일련의 텍스트로, 하나의 문장이 될 수도 있고 긴 문단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프롬프트를 잘 활용해야 ChatGPT를 최대한 잘 써먹을 수 있다. 먼저 단순한 프롬프트로 시작해 복잡한 프롬프트로 이어가는 것이 좋고, 원하는 응답이 나올 수 있게 적절히 문맥과 의도를 프롬프트를 통해 상기시켜주어야 한다.

번역가의 입장에서 ChatGPT의 등장은 물론 로비니 박사의 말처럼 인간 직업군에 위험 요소이지만, 오히려 창의성을 쥐어짜 내야 하는 고단한 번역 업무를 편리하게 해줬다는 점은 좋은 일이다. 번역공모전에서 ChatGPT의 번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수상자의 수상이 논란이 되어, 주최측에서 ChatGPT를 활용한 번역은 받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다.

새로운 기술을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번역가가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하지 않을까. 영상 번역은 텍스트 번역뿐만 아니라 대화 소리와 자막이 뜨고 사라지는 타이밍인 스파팅 작업까지 있어 번역가의 수고스러움이 만만치 않다. ChatGPT가 이런 스파팅 작업까지 해준다면 기꺼이 환영이다.

김은아 울산경제자유구역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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