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용 울산시 녹지정원국장

전국 곳곳이 산불로 몸살이다. 얼마 전 하동에 큰 산불이 나더니, 몇 일전에는 강화도 마니산에 산불이 나 국가지정문화재가 소실 될 뻔했다.

울산도 산불이 잦다. 올해 들어 벌써 5건이다. 바로 진화했지만 언제 대형 산불로 이어질지 걱정이다. 봄에 발생하는 산불은 마른 가지와 낙엽에 쉽게 옮겨 붙어 바람을 타고 한순간에 대형산불로 번진다. 나들이하기 좋은 요새, 산불 담당부서로서 마음 졸이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울산은 10년간 큰 산불이 세 번 났다. 2011년 동구 일원에서 발생한 일명 ‘불다람쥐’라고 불리는 방화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 tv프로그램에 방송될 정도로 전국 이슈가 되었다. 2013년 언양 산불도 피해가 컸다. 4차선 고속도로를 건너뛰면서 번진 산불이 이틀 동안 계속되면서 진화에 큰 애를 먹었다. 산불진화를 위해 진화인력 4415명, 산불진화헬기 26대와 진화차, 소방차 등 각종 진화장비를 총 동원하여 불길을 잡았다. 그러나 수십 년간 가꾼 산림 280㏊가 불에 타고, 주택 20동이 소실되어 이재민 54명이 발생하였다.

2020년 발생한 웅촌 산불도 눈에 잘 띄지는 않아서 그렇지 피해가 만만찮다. 진화인력 5636명, 산불진화헬기 60대, 산불진화장비 248대를 동원하여 진화했지만, 산림 519㏊가 소실되어 아직도 복구 작업이 진행 중으로 지난달 31일 산불 피해현장에서 울산시장, 울주군수, sk이노베이션 사장 간 산불피해지역 산림복원사업 업무협약식이 있었다. 앞으로 158억원을 투입해 30년을 키워야 복원 가능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울산이 화재에 절대적으로 취약한 석유화학단지와 원자력 발전소가 입지해 있다는 점이다. 도농복합도시다 보니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산림과 접해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산불이 석유화학단지나 원자력발전소로 옮겨 붙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초유의 국가재난 사태가 일어난다. 울산 시민들이 겪게 될 피해는 상상조차 두렵다.

김두겸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석유화학단지와 원자력 발전소에 접한 산림 60㎞ 구간의 낙엽층과 부산물을 끌어내는 산불 예방사업을 시작했다. 혹시 모를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국가산업단지 주변에 산불 감시카메라도 대폭 늘렸다. 하반기에 산불 감시카메라가 장착된 애드벌룬까지 띄우게 되면 촘촘한 감시체계가 구축될 것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산불예방 의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담뱃불을 길가에 던지거나, 농촌은 영농부산물 쓰레기나 논두렁 태우는 습관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도 늘어나 걱정이다. 최근 상북면 일대에 연속 일어난 11건의 산불은 인적 없는 한밤중에 발생한 것으로 방화로 의심된다. 바로 진화했지만 울산의 자랑인 영남알프스가 산불에 휩싸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몇 일전 대곡댐에서 발생한 산불도 200m 범위 내에 3곳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 방화로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산불 원인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사건현장이 진화작업 과정에서 대부분 훼손되는 것이 이유다. 처벌이 경미한 것도 산불이 줄지 않는 원인이다.

이제부터 산불을 줄이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펼 계획이다. 현장 보존과 철저한 조사, 관용 없는 처벌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협력체계를 강화할 것이다. 차량 블랙박스 등을 이용하는 주민신고포상제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진화차 진입을 위한 임도개설도 산주 동의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건의할 생각이다. 울산시는 산불로부터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각오다.

이석용 울산시 녹지정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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