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선진화 위한 선거법개혁 절실
다당제로 유권자 선택 더 넓히고
대표성 강화위해 비례대표 확대를

▲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했다고 하고, 필자도 그렇게 느낀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펼치고 있는 이전투구를 보면 여전히 정치 분야는 선진국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가적인 과제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과 절충을 거쳐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모습은 좀처럼 찾기 어렵고, 거대 양당이 우리 편의 주장은 무조건 옳고 상대방의 주장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적대적으로 대치하는 모습을 너무 자주 본다. 어차피 두 당 중에 선택은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 당이 잘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흠집 내는 것이 더 중요하고 쉽게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지역주의가 고착돼, 간혹의 예외를 제외하고서는, 경상도 지역에서는 국민의힘이, 전라도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독식하는 것도 전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고, 뭔가 후진적으로 보인다.

거기에다가 국민들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여성, 노동자, 청년, 장애인 등은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전혀 대표자를 국회로 보내지 못하고 있고, 국회는 엘리트 출신의 잘 나가는 50대 남성이 거의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2개의 정당 중 하나를 어쩔 수 없이 골라야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금 더 다양한 정당이 출현해 내 마음에 좀 더 드는 정당을 선택하고 싶고, 그렇게 선택해도 사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와 같은 문제점은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고 있고, 현재의 국회의원들도 다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국회에서는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내년 4월10일에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 이전에 이같은 문제점이 덜 나타나는 선거제도를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핵심쟁점은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여부와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고, 그와 더불어서 필요에 따라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는가 하는 점도 쟁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회의 선거법 개혁 논의는 지지부진한 채로 별로 진척이 없어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5월6일과 5월13일 KBS는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라는 것을 방송했다. 전국에서 500인을 시민참여단으로 모집해 전문가들의 설명을 듣도록 하고, 2주 동안 토론과 숙의를 하게 한 다음, 500인을 대상으로 최종 설문조사를 통해 결론을 도출했다. 그리고 앞으로 국회가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할 때, 그것을 길잡이로 참고하라고 했다. 필자도 매우 흥미롭게 보았는데, 많은 것을 배웠다.

시민참여단은 선거구제의 경우 현행과 같은 소선거구제를 56%가 지지했다. 중선거구제는 40%, 대선거구제는 4%의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70%를 차지했고, 현행유지가 18%, 비례대표제 보다 지역구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10%를 차지했다. 비례대표제도 권역별(40%)보다는 전국단위를 선호(58%)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숫자에 대해서는,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의 설문조사에서는 대부분의 참여자들(65%)이 더 줄여야 한다고 답변했데, 방송 끝의 최종결론은 현행 유지가 29%, 더 줄여야 한다가 37%, 더 늘려야 한다가 33%를 차지했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경우, 내가 사는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고, 잘못하는 경우 다음 선거에서 확실히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거대 양당의 대립구조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다당제를 만들기 위해 적어도 광역시 단위에서는 중선거구제로 하는 것도 좋아 보이는데, 중대선거구에 대한 지지가 낮아서 아쉽다. 만약 지역구를 소선거구제로 한다면, 전국단위의 비례대표제는 더 확대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해야 국민들을 골고루 대표할 수 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더 많은 밥그릇을 챙겨 주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만큼은 국회의원 숫자를 더 늘리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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