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세 도입 2025년으로 앞당겨져
RE100보다 CF100의 합리성 설득하고
태양광·해상풍력 발전 충분히 활용해야

▲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

울산은 대한민국 공업화의 역사적 현장이었고, 친환경 수소산업의 선두에 서 있다. 풍부하고 안정적인 부생수소 공급기지로서, 연료전지 및 그린수소 실증센터로 명성을 얻었다. 국내 가장 긴 수소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으며 수소시범도시로도 지정됐다. 영국과 프랑스의 지방도시가 울산과 협력을 원하고, 스웨덴을 대표하는 사모펀드는 투자할 만한 기업을 찾으러 온다. 한국 주재 유럽 각국의 대사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수소도시를 보러 오겠다고 한다. 호주 언론사 기자단은 TV, 라디오, 신문 기사를 통해 울산에 대한 수소 및 암모니아 수출 가능성과 협력 아젠다를 제시하며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두루 살피건대 울산의 산업기상도는 ‘대체로 맑음’이다. 자동차 회사는 일익 번창하고 있으며, 조선사는 수주량이 넘쳐 일감을 골라서 받을 정도이다. 석유화학산업에서는 8조원이 투입되는 샤힌 프로젝트가 추진중이고, 비철금속 분야와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를 위해, 울산을 위해 축배를 들 일이다. 문제는 이 모든 산업들이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분야라는 것이다.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에서, 특히 울산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이 더욱 빨라져야 할 것이다. 무역협회 보고서에 의하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적용 품목이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력 5개에서 유기화학품, 플라스틱, 수소, 암모니아가 추가돼 모두 9개로 확대된다. 이 제도는 유럽연합 무역관세의 일종으로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부과하는 일종의 탄소 국경세’이다. 도입 시기도 2026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겨진다. 이뿐만 아니다. ‘재생에너지 100%’를 의미하는 ‘RE100’은 참여하는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하지만 말이 캠페인이지 실상은 강력한 규제이다. 기업들은 RE100을 달성하기 위해 태양광 등으로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기를 구입해 조달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 사업장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철강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의 산업 구조상 국내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핵심 사업장을 해외로 옮겨야 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재생에너지를 쓰고 싶어도 필요한 전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탄소 국경조정제도와 RE100 두 가지 모두의 핵심은 제조 또는 운송과정에서 탄소 발생의 급격한 감축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며, 공업도시 울산에 대한 커다란 변화 요구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길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탄소중립 효과 측면에서 RE100 보다 CF100이 더욱 합당할 수 있음을 설득하고 인정받아야 한다. 태양광도 전체 생애주기(LCA; Life Cycle Analysis)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에 가장 극적으로 대비되는 설비가 바로 원자력이다. 청정수소 생산으로 이어진다면 금상첨화이다. 둘째, 태양광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전국 산업단지 태양광의 최대 이론적 잠재량을 54GW로, 실제 설치가 가능한 잠재량만 40GW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울산의 산업단지는 단위 건물의 규모가 크고 구조가 튼튼할 뿐 아니라 소유권도 대기업에게 속하여 개발과 활용에 장애가 크지 않다. 이 전력은 그린수소 생산의 원천으로 사용할 수 있다. 셋째, 해상풍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발전사업자들은 단순히 전력을 생산하고 전력망을 통해 송전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울산의 분산에너지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상에서 바로 그린수소를 생산하여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에 구축된 파이프라인과 연결시켜 한국을 대표하는 그린수소 공급기지로 부상시켜야 한다.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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