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광역자치단체장급이자 차관급인 교육감을 기초단체장과 같은 급으로 의전하는게 말이 되는가요?”

지난 1일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남구둔치에서 열린 울산공업축제 개막식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울산시교육청의 고위 관계자가 교육청 기자실을 찾았다. 이 관계자는 개막식에 천창수 교육감이 불참하게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유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35년만에 부활한 울산공업축제에 울산시교육청의 수장이자 울산교육계를 대표하는 교육감이 당연히 참석할 것으로 알고 있었던 기자들로서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업탑로터리에서의 출정식을 시작으로 태화강둔치로 이어진 개막식은 김두겸 울산시장을 비롯해 시의회 의장, 구·군 단체장, 노사대표 등 내빈과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35년만에 다시 열린 울산공업축제를 함께 축하하고 즐기는 시민 축제의 장이 됐으나 정작 교육감은 불참하면서 다소 김이 빠지는 모양새가 됐다. 당초 개막식에는 천 교육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의전문제와 관련해 양 기관간 조율에 실패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빚어졌다.

이는 축제추진위가 김 시장을 비롯해 12명의 내빈에 대해서만 무대에 올려 영상으로 인사말을 내보내고, 천 교육감과 나머지 5개 구·군 단체장 등은 자막으로 소개하기로 한데 교육청이 의전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개막식 시나리오를 접하고 “광역시장과 동등한 차관급으로 울산시민이 직접 뽑아주고 교육가족을 대표하는 교육감을 초대만 하고 인사말 조차 하지 않게 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의전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결국 보이콧 한 것이다.

시는 이에 대해 “울산공업축제는 시민과 노사가 화합하는 축제로 축제의 성격에 맞는 소개 내빈을 최소한으로 선정했다. 교육적인 측면은 약하다고 판단해 교육감은 무대 올라가는 내빈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으나 지역 국회의원들은 무대에 올리는 등 해명 자체가 쉽게 납득하기 힘들고 다소 군색했다. 의전문제와 관련해 양측 관계자는 논쟁을 하다가 감정 싸움까지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 들어서도 지난 4월 마약 청정도시 협약식에서 교육감이 참석자 중 제일 가장자리에 배정되는 등 의전 홀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지난해부터 교육감 및 교육청에 대해 홀대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는 연장선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고 노옥희 교육감 재임시절에도 의전문제로 양 기관은 크고 작은 갈등을 빚었다. 특히 노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한 뒤 가진 취임식에는 김종훈 동구청장만 참석하고 울산시장 등 보수성향 기초단체장은 참석하지 않아 보수성향의 울산 자치단체장과 진보성향의 교육감과의 갈등은 어느 정도 예견된 바 있다.

지자체장과 교육감 모두 시민들이 선출한 기관의 대표다. 정치적 신념과 노선이 다를수는 있지만 울산시민을 위해 일하는 것은 같고, 좋든 싫든 동반자적으로 협력할 수 밖에 없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 같은 의전 홀대 논란과 기관간 갈등이 계속된다면 남은 3년의 임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걱정과 근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