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으로 망가진 환경 다시 살려내
국가정원·대공원 등 조성해낸 울산
울산형 ODA로 경제적 성공 거두길

▲ 주민서 울산국제개발협력센터 센터장

“가난한 나라를 돕고 살면 좋지.” 공적개발원조(ODA)분야에서 일하다보면 꼭 듣게 되는 말이다. ODA의 목적이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불평등 해소’에 있으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금년 예산 약 4조8000억원, 정부 포함 총 45개 국내 기관이 수행, 조달시장 규모 국내 연간 3500억원, 국제 250조원. ODA를 단순히 ‘자선’이라고 보기엔 상당히 큰 규모다.

다른 선진국들은 ODA와 경제구조를 영리하게 파악하고 있다. 2017년 빌게이츠는 “해외원조는 미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썼다. 그는 원조를 받은 나라의 경제가 발전할수록 그 나라 국민의 삶이 개선되어 미국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봤다. 영국은 해외원조가 1파운드 증가할 때 수출이 0.22파운드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연 16조원 이상의 ODA자금을 개도국에 투입하는데, 이 중 건설조달 부분의 일본기업 수주율은 약 60%에 달한다.

이러한 ‘경제에 도움이 되는 해외원조’는 사실 중앙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대외원조규모를 자랑하는 일본은 지방정부 또한 적극적인 ODA참여자이다. 요코하마시의 경우, 일본 최초로 근대 상수도를 설치한 도시의 경험을 활용해 국제협력을 실시하고 있다. 2003년부터 베트남 훼시와 상수도분야, 2014년부터 하노이시와 하수도분야 기술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제감각을 지닌 인적자원도 육성하여 ‘요코하마 워터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일본국제협력단(JICA)의 개도국 수도관리 프로젝트 및 컨설팅 사업 등에 참여, 2021년에는 1억엔의 수익을 거두었다. 또한 요코하마시는 개도국의 수도분야 시장 확대에 주목해 148개 지역 기업 및 단체와 함께 ‘수도 비즈니스 협의회’를 만들어 JICA가 발주하는 개도국 사업을 수주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요코하마시는 ODA를 하나의 산업분야이자 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세계 10위권의 ODA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ODA예산을 현재 약 4조에서 2030년까지 약 7조로 늘릴 예정이다. ODA예산의 증가와 더불어 확대되는 ODA시장에서 울산의 위치는 어디에 있으며, ‘울산’이라는 브랜드는 어떠한가? 울산은 산업단지가 있지만, 산단으로 환경이 망가졌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태화강을 살려 국가정원을 만들어내고, 뉴욕 센트럴파크보다 큰 울산대공원을 조성해 낸 특이한 이력의 도시다. 이러한 울산의 경험은 환경과 산업을 동시에 잡아야하는 개도국에게 발전모델이 될 뿐만 아니라, 울산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울산 특화 ODA’라는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의 경우 ODA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울산이 가장 잘 아는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울산시와 지역기업, 대학, 시민사회가 자매도시 대상으로 울산시 ODA사업을 자체적으로 해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내외 사업수행자 및 개발협력 파트너들을 발굴하고, 현지에 네트워크를 쌓은 후, 다양한 원조사업 제안 채널을 통해 국가ODA 사업을 수주해보는 것이다. 다양한 사업들을 수행하는 시간이 쌓이고 나면, 개도국 정부가 발주하는 유상원조 사업의 개발과 수행에 참여할 역량도 생길 수 있다. 그 후, 약 42조원 규모의 UN조달시장 등 국제기구가 발주하는 사업 입찰에도 참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약 250조원 규모의 전 세계 ODA시장, 일본 등 경쟁 공여국에서 진행하는 원조사업에도 참여해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커지는 ODA분야는 울산에 있어 미개척 시장이며, 잠재력을 다시 한 번 꽃피울 수 있는 산업이다. 울산만의 고유한 강점을 기반으로 ODA분야와의 접점을 단계적으로 늘려간다면 ODA분야에서도 울산은 경제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주민서 울산국제개발협력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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