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식 울산과학대학교 명예교수

모두가 알고 있듯이 1962년 1월17일 ‘울산공업센터’가 지정됐다. ‘울산공업센터’라는 용어는 ‘울산이 대한민국 공업(산업)의 중심지(센터)’로 풀이되며,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울산이 공업(산업)의 대표도시 나서 대한민국을 일으킬 것이다’는 매우 뜻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공업입국 산업수도, 울산’이라는 말이 의심의 여지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며, 그 속에는 ‘울산’의 자긍심이 담겨있다. 자긍심은 그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이끌고, 모두가 힘을 화합해 이루어 내었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 ‘자긍심’이다.

조선시대 강병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달천철장으로 모여 광공업을 일군 역군들, 울산의 경상좌병영이 원활히 운영되도록 울산염전에서 소금을 구워 영남 대표 소금 생산지로 키워낸 염전 종사자들, 외고산 옹기마을에 모여든 경북 영덕사람들과 한데 어우러져 옹기 대표 산지로 만든 장인들 등 오래 전부터 울산은 그야말로 ‘통 큰 화합’의 ‘태화(太和) 정신’으로서 ‘국가 대표 산업 도시’의 기틀을 마련해 왔고, 1962년 울산공업센터 설치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화합은 강한 리더십과 다수가 그에 부응할 때 빛을 발한다. 이러한 화합은 울산공업센터 설치를 시작으로 울산에 자리한 기업들이 그 맥을 이어받았다. 한반도 동남 끝자락 소읍에서 발견한 큰 가능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대표가 이끌고 회사원이 화합하여 산업수도 울산을 뿌리내리게 했다. 그리고 그 화합의 결과는 시민 모두가 향유하고 있는 ‘아산로’와 ‘울산대공원’, ‘태화루’ 등으로 되돌아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산업으로 수도를 굳혀온 울산의 입지가 불변하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이즈음 산업수도로 걸어온 우리 울산의 행보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산업을 위해 각지로부터 울산에 모인 그 마음을 굳게 다지기 위해 1967년 ‘울산공업센터 건립 기념탑’을 만들었다. 울산의 대표 로터리로 기억되고 있는 ‘공업탑’이 바로 그것이다. 공업탑은 산업수도로서의 정체성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시각화된 조형물이다. 하지만, 공업탑의 상징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음에도 산업수도로서 이룩해 낸 울산의 값진 무게를 다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에 달하고 있다. 그 상징성을 이어받는 새로운 조형물이 필요한 당위성 앞에 서 있음을 느낀다.

새것은 온전한 새것이 아니다. 새것은 항상 역사의 바탕 위에서 앞으로 나아간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측면에서 새로운 울산으로 나아감은 산업수도 울산을 일군 기업인들의 리더십과 회사원들의 화합정신을 되새길 때 그 한 방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점에서 울산시가 추진하고자 하는 대표 기업인들의 조형물 조성은 단순한 개인의 모습이 아니라 산업수도 울산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 충분히 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울산의 대표 정신인 통 큰 화합, 태화(太和)의 또 다른 시작이다. 대표 기업인의 조형물을 시작으로 하여 필요한 곳이라면 노사화합의 조형물도 제2, 제3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업은 한번으로 끝이 아니라 힘찬 재도약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더욱 크다 할 것이다.

울산시가 기업인들의 조형물을 설치하고자 하는 장소 또한 그 의미가 매우 깊어 보인다. 울산의 대표 관문인 KTX 울산역의 인근에 위치하여 기차를 통해 울산을 방문하는 외지인과 고속도로와 국도를 통해서 방문하는 외지인 모두에게 더없이 잘 인지되는 곳이다. 그리고 풍성함을 상징하는 노적봉(露積峯, 언양읍 구수리 위치)을 앞산으로 마주하고 있으며, 노적봉 너머에는 울산 산업의 급수처인 대암댐이, 조형물 뒤로는 울산시민의 식수처인 사연댐이 위치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여러 난제가 있을 수 있으나, 시기(時期)와 시의(時宜)적절이 있기 마련이다. 울산의 재도약이 필요한 때, 울산의 기업정신이 다시 필요한 때, 친기업 우의(友誼)의 재다짐이 필요한 때, 부지를 마련할 수 있는 최적인 때 등 지금이 가장 시기와 시의적절한 때이다.

이수식 울산과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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