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울산 북부경찰서 안보계

우리는 남북으로 분단된 지 70년이 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남북 분단과 민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 1950년 6월과 2023년 6월을 돌이켜 보며 순국선열에 대해 애도하는 마음이다.

3만3916명. 이 숫자는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해 한국을 찾아온 북한이탈주민의 수이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국경 폐쇄로 입국자 수가 줄었지만, 북한이탈주민 3만명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로 남북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뉴스 등 미디어에서는 자극적이고 제한적인 북한의 이미지를 다루고 있어 이들을 직접 만나보기 전에는 그냥 북한에서 온 사람 자체로 편견없이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탈주민의 신변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으로서 가까이서 지켜본 필자로선, 그들은 우리나라 국민으로 너무나 열심히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이다. 우리는 그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없애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시 한번 돌아볼 때라고 생각한다.

3만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일괄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탈북 동기나 배경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 남북 분단의 현실에서 오랜 기간 나뉘어 살아온 상황들로 그들이 가진 가치관은 매우 다르다. 북한의 사회주의 배급문화로 수십년을 생활하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경제체제에 적응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대한민국 사회에 스며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울산은 지역 특성상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국가 기간산업이 주를 이루는 산업 현장이 많다. 이 산업 현장을 이끌어 가는 이들 사이에 북한이탈주민들도 조용히 한몫하고 있다. 여성들은 주로 자동차 시트 재봉, 내부 부품 조립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남성들은 화물차 운전기사, 자동차·중공업 관련 협력업체, 일용직 노동 관련 업무에 종사하며 울산지역 내 산업 현장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러한 한국 사회 정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들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바꾸기엔 부족한 것 같다.

남북하나재단의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에 따르면 차별이나 무시를 경험한 탈북민 중 77.7%는 그 이유로 말투를 비롯한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꼽았다. 뒤이어 남한 사람이 탈북민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답이 45.4% 순으로 나타났다.

어느 탈북민은 ‘한번은 택시 기사님이 고향이 어디냐 묻기에 강원도 속초라고 거짓말을 했다. 자기도 고향이 속초라면서 속초 어디에서 살았냐고 이어진 질문에 내 머릿속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속초를 어떻게 말하지 하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라는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대한민국 사회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차별적 발언과 무시하는 태도에 적응하지 못해,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생각하며 북한으로 재입북한 사례도 빈번히 발생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재입북한 사례는 31명이나 된다.

어쩌면 북한이탈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하여 생계급여, 취업 서비스 등의 제도적인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있는 누군가의 이유 없는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서로 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길일 것이다. 대한민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도 같은 민족이고 대한민국 사회의 구성원이다. 우리는 한민족이란 마음으로 그들이 당당하게 대한민국 울산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차별 섞인 차가운 시선이 아닌 따뜻한 동포애를 가지고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해 살아갈 수 있게 바라봐야 할 것이다.

김정은 울산 북부경찰서 안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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