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꾸준한 소통을 하려면
서예전문 플랫폼 구축이 필요
한글서예교육·다양한 이벤트도

▲ 김석곤 삼봉서예연구소 소장

21세기 글로벌시대가 다가오면서 문화적 가치의 활용은 곧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러한 관점으로 볼 때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예술을 아끼고 가꾸어 나가는 것은 자국 문화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유 문화 자원을 활용한 문화 콘텐츠의 확산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국가 브랜드의 위상을 드높이고 세계 속에서 경쟁력 있는 문화 산업을 육성하는 토대가 되기에 그 가치가 더욱 높다.

서예는 고대부터 현 시대까지 오랫동안 우리 민족에게 사랑받아 온 전통예술의 장르이다. 육예(六藝)의 하나인 동시에 정신 수양을 위한 필수 덕목으로 여겨졌으며, 문자를 다루는 동양의 독특한 예술 장르로서 실용성과 조형적 예술성을 동시에 가진다. 특히 서예문화권에 속한 다른 국가들과 달리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로 인정받은 한글 활용으로 인해 한국의 서예는 그 독창성과 차별성 면에서 경쟁력이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예 발전 즉, 순수예술 장르로서의 서예 발전과 부흥, 서예 시장의 확대, 서예 교육의 활성화, 서예를 활용한 문화콘텐츠의 생산 등은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과 브랜드를 견고히 하는 것에 크게 일조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대 이후 서구 문명 중심의 문화적 수용, 빠른 경제 성장, IT 산업의 발달 등으로 인해 사회가 점차 다변화되면서 편의를 추구하고 전통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서예의 사회적 수요는 급격하게 감소하게 됐다. 즉 서예를 교육, 취미, 여가, 감상을 위한 예술 분야로 인식하는 대중들의 필요가 급격하게 줄어 들어 침체의 국면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현재 서예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직시하고 발전 과제를 다각적으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서예 전문 플랫폼 구축이다. 서예를 향유하는 이들이 줄어든다면 서예의 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서예는 그 수순을 밟은 지 오래이며, 이러한 상황이 오래도록 지속된다면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야 말 것이다. 따라서 대중들에게서 멀어진 비 서예인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그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서예 전문 플랫폼’의 구축을 제안하고 싶다. 플랫폼이 구축되면 대중에게 작가, 전시, 교육, 연구 등과 같은 관련 정보들을 제공하거나, 서예 분야 종사자들에게 작품 판매, 홍보마케팅, 이벤트 개최 등을 할 수 있다.

둘째는 국제 서예 아트페어 개최다. 서예 분야는 현재 공식적인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일반 미술시장의 아트페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적은 실정이다. 최근 미술시장에서는 ‘아트테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의 서예가 아트테크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한국국제아트페어인 KIAF를 포함해 대구, 울산, 부산, 광주 등 지역 아트페어가 있으나 서예를 주제로 한 아트페어는 시도되지 않고 있다. 서예 분야는 문자를 다루는 인문학적 시각 예술로 잠재적 향유층이 적지 않음에도 한국 미술시장에서 유통이 미미하고 시장 조성이 본격화되지 않았다.

셋째는 생활 속의 서예 대중화 활동 및 해외 교류 확대이다.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관련 단체들이 많은데, 이들 단체들도 연구를 하고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이 공감하고 지역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좀 더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서예인도 길거리에서 캘리그라피나 전통 서예 써 보기, 즉석 휘호 등 이벤트 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K팝, 드라마 등 세계적으로 한류문화가 퍼져 나가고 있는 가운데 한글을 배우려고 하는 외국인들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전 세계에 있는 한국문화원을 통해 한글 서예 교육 및 다양한 이벤트 활동을 펼칠 필요도 있다.

AI에는 없는 ‘감수성’이라는 가치가 중요해질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미래 진단이 맞는다면 감수성을 가장 민감하게 전달할 수 있는 서예의 미래는 희망일 수 있다.

김석곤 삼봉서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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