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무대에선 ‘내’가 주인공
똑같은 무대를 재현할 수 없기에
각자 포기않고 최선을 다해내야

▲ 전명수 연극협회 울산시지회장·연출가

흔히들 인생을 한편의 연극(演劇)에 비유한다. 그 말은 연극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가장 극적(劇的)으로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는 우리의 인생과 흡사하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고, 또 다시 무(無)로 돌아가는 연극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예술(藝術)이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연극제는 실내와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예술축제이다. 11개 국가에서 41개 작품이 부산의 각 공연장과 야외무대에서 펼쳐져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필자는 지난 6월2일부터 6월18일까지 개최된 제20회 부산국제연극제의 일환으로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6월10~11일 양일간 펼쳐진 10분 연극제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이 연극제에는 일반부 14개 팀과 전공부 6개 팀이 경연에 참석했다. 비록 10분이라는 짤막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경연을 보면서 그들이 열정적으로 그려내는 삶의 메시지에 참으로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셰익스피어는 “세상은 하나의 무대, 모든 인간은 남자나 여자나 배우에 불과하다”고 했다. 극단 무(無)의 제30회 대한민국연극제 은상수상작인 ‘Extra House’(김행임 작, 전명수 연출)에서 Extra인 주연배우가 던지는 독백이 다소 충격적이다. “그냥, 배우가 되고 싶었어! 하긴 그래봤자 시신이고, 여장 남자야! 이제 내가 서 있을 무대는 없어! 객석에 앉으니 비로소 내가 보여! 늘 웃고 있지만…. 눈물로 범벅이 된 내 얼굴이, 잔인하도록 선명히 보여! 이렇게 살아볼까? 누군가 움직여 주는 손끝에 겨우 매달린 채, 남의 인생이나 훔쳐보고, 꿈은 늘 허공에 걸린 채 줄을 타며…그렇게 살까? 난 늘, 광대로 살면서 왕이 되길 원했어! 늘 주연을 꿈꾸지만 매일매일 조연임을 확인 받으며 살았어!…”

인생은 각자가 그려내는 한 편의 연극이다.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주인공을 꿈꾸지만 매순간 조연임을 확인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무대 위에서는 항상 내가 주인공이다. 이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똑 같은 무대를 재현할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어떤 고난이 와도 힘들게 지켜왔던 명예의 숭고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나가는 시간의 평범함 속에 일상을 담으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

연극은 주관적인 누군가의 삶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기에 사회적인 예술이다. 울산에도 인간의 모습과 삶의 모습들을 그려내는 다양한 소재의 공연들이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공연들이 관객들에게 잃어버린 그 무엇을 회상하게 하고, 소중한 그 무엇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질 수 있는 시간들을 기대해 본다.

“배우에게 있어서 정적은 친구이고 기다림은 일상이다. 무대 위에서 배우는 ‘우아한 세계’는 우아하지 않고…‘달콤한 세상’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이야기 한다!….” 7월21일 북구문화예술회관에 올려질 공연장상주예술단체 극단 무(無)의 우수레퍼토리 ‘배우모독’(김행임 작, 전명수 연출)의 대사 일부이다.

한 편의 연극이 시대를 공감하고자 하는 관객들의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지역의 공연들을 찾아서 관객이 되어 한편의 연극이 그려내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과 인생을 채워가려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명수 연극협회 울산시지회장·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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