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규현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지구가 점점 더워 지고 있다. 기온이 단 1℃만 올라도 홍수와 태풍 등 인류에게 위협을 가하는 자연재해가 속출하고 수천 년간 변하지 않던 생태계가 하루아침에 다른 세상으로 변한다. 이러한 ‘이상한 세상’의 원인은 기후변화에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올해 발간한 6차 보고서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앞으로 10년에 달렸다고 경고한다. 인류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한다면, 20년 안에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하게 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식량 위기, 새로운 질병과 변이의 출현, 극한의 폭염과 산불, 도시 침수, 잦은 태풍 발생, 사막화, 생물종 멸종 등으로 이어지는데, 이를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앞으로 10년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조정해 발표했다. 이 목표대로면 2030년까지 우리 농업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7.1% 줄어든 18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그런데 농업은 농산물 생산, 가축사육 등 식량생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메탄과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이다. 농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은 전체 지구온난화의 약 30%, 즉 기온 0.5℃ 상승의 원인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는 메탄 전체 배출량의 43%가 농업에서 발생한다.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벼 등 농산물 생산과 가축사육을 줄이면 되지만, 이는 우리 국민의 생존에 직결되는 식량생산 확보 문제와 상충된다. 반대로 식량 확보를 위해 농업 생산과 가축사육을 늘리면 온실가스는 더 많이 배출된다. 한마디로 온실가스 배출 억제와 식량생산 확보는 마치 시소게임처럼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관계, 즉 이율배반적인 관계인 것이다. 농업계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상반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행 농법으론 풀기 어려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그 요지는 트레이드 오프 관계에 놓인 현재의 관행 농업을 ‘저탄소 농업’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저탄소 농업이란 농업, 축산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대기 중의 탄소를 토양이나 식물체로 흡수를 촉진하는 농업이다. 이를 위한 주요 정책으로 비료나 농약 사용량을 줄이는 스마트 농업이나 친환경 농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탄소가 적게 발생하는 영농과 가축 사양관리도 확대된다. 농식품의 생산부터 유통·소비 단계를 줄여 수송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로컬푸드 확대와,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농촌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사항도 담겨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 식량생산은 필요불가결한 명제이고, 식량생산에는 필연적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기후위기와 식량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난제다. 정부와 지자체는 관련한 각종 계획을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추진하여야 하며 무엇보다 농업인들이 적극적으로 기후대응 노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저탄소 농업 실천 농가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농업인, 정부와 지자체, 기업, 학계 등이 같이 지혜를 모아 저탄소 농업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임규현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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