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란 울산시 반구대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 단장

국보로 지정된 울산 울주 천전리 각석과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유산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됐다. 등재 신청 대상 선정의 의미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한 4단계의 국내 절차 중 가장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것이며 이제 우리의 소중한 유산인 ‘반구천의 암각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세계유산은 1972년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인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닌 유형의 유산으로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탁월한 가치가 있는 유산을 목록에 등재해 보호하는 제도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동아시아 연안 지역인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이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기원전 5000년부터 9세기까지)에 걸쳐 돌, 금속도구를 사용해 바위에 새긴 그림이다. 동물, 인물, 사냥 장면, 동심원, 문자 등 다양한 주제를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표현한 기법과 독특한 구도로 그려 이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세계와 문화를 반영한다. 특히 다양한 고래의 모습과 고래잡이 과정을 담은 그림은 동아시아의 가장 이른 시기 유산이자 선사인의 창의성이 반영된 작품이다.

신석기 시대의 동물 그림이 담긴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제작을 시작으로 청동기 시대를 거쳐 신라 시대 그림과 문자를 담은 천전리 각석 제작까지 약 6000년 동안 반구천 일원의 특별한 공간에서 암각 제작 전통이 이어져 왔다. 다양한 그림과 문자는 암각 제작 전통의 독보적인 증거다. 특히 동일한 공간에 누적돼 남아있는 서로 다른 시대의 그림과 문자는 변화하는 사회 단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이례적인 유산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충족한다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 7월13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최종 결정됐다.

반구대 암각화는 2010년 잠정목록 등재(대곡천 암각화군) 이후 2021년 우선등재목록 선정(반구대 계곡의 암각화), 2023년 4월 등재신청후보 선정(반구천 일원의 암각화), 국내 절차 마지막 단계인 ‘등재 신청 대상’ 선정까지 유산의 보존·보호를 위해 오랜 기간 동안 많은 방법을 시도했다. 동시에 유산의 영구적인 보존과 맑은 물 확보를 위해 노력해 13년 만에 울산시의 숙원사업이 결실을 보게 됐다.

이제 국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됨에 따라 본격적인 국제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유산의 가치와 종합적인 보존 보호 관리를 담은 영문 등재신청서 초안을 올해 9월까지, 최종 신청서는 2024년 1월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2024년 신청서 평가와 현장실사를 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2025년 7월 심의를 통해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를 결정한다. 이러한 절차들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5년 7월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본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되면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먼저 가장 근본적인 목적인 유산의 지속적인 보존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유산이 세계적인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져 울산시민에게는 세계유산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는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다. 이 밖에 울산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이 증가해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정부로부터 유산의 보존관리와 홍보를 위한 예산지원도 받을 수 있다.

2025년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울산시는 문화재청과 잘 협의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론 유산의 보존만큼이나 시민의 맑은 물 확보도 중요하기에 ‘등재 신청 대상’ 선정을 계기로 정부에서도 울산시의 맑은 물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길 기대하며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가 될 때까지 시민들의 변함없는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

박영란 울산시 반구대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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