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희 금비유치원장 울산과학대 유아교육과 외래교수

선생님이 ‘연차휴가’를 사용해서 오늘은 출근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 있는가?

정말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고서는 거의 없을 것이다. 흔히 ‘선생님’이라는 직업군에 속해있는 사람들은 몸이 아파도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겨도 대개는, 웬만하면 일터로 향한다.

선생님의 업무와 역할은 단순 인수인계를 통해 누군가로 대체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쌓아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언제 쉴까, 바로 아이들이 쉬어가는 기간인 방학이다. 방학 중 당직근무 등 일터로부터 완전히 떨어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비교적 온전히 쉴 수 있는 기간이다.

하지만 여기 예외인 ‘선생님’들이 있다. 바로 사립유치원 교사들이다. 평소 연차휴가를 사용하기도 어렵고 방학 중에도 쉬지 못한다면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1년에 쉬는 날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까, 그렇다. 일선의 책임자인 원장으로서는 뼈아픈 책임감을 통감하며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과 그 대책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도대체 왜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방학에도 쉬지 못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국공립유치원은 하원 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평소에도 방과 후 교사나 돌봄 교사들이 상주하는 구조이다. 그래서 이들이 평소 근무보다 시간을 더 늘리는 개념으로 약 3주에서 한 달의 방학 기간에도 차질없이 돌아간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사립유치원은 평균 2주의 방학 기간 중 1주일은 전체 휴원, 나머지 1주일은 자율 등원으로 보통 이루어진다. 행정적 잣대로만 판단하면 1주일 전체 휴원 기간은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온전히 쉴 수 있는 기간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맞벌이 학부모도 많고 이 기간에 ‘맞벌이 증명’ 등 행정 절차가 있는데 이 구비 서류를 제출하기 어려운 근로 환경에 놓인 학부모도 상당수이다. 또한 가정방문 돌봄 교사 등의 사설 서비스보다 익숙한 환경의 유치원에 맡기고자 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당연한 심리이다. 그래서 매번 방학 기간만 되면 아이들 맡길 때가 마땅찮아 눈물로 하소연하며 학부모가 유치원에 부탁하는 경우가 반복된다. 나 또한 아이를 키워낸 부모로서 이들에게 그저 ‘연간계획표에 공시된 유치원 방학 기간입니다’라고 말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혹자는 사립유치원 단기 대체 교사 지원계획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애초에 해당 정책의 지원 규정은 교사의 경조사, 출산휴가, 자격연수에 의한 부재 시에만 국한된다. 사립유치원 단기 대체 교사 지원계획의 ‘목적’에 휴무 보장에 따른 사립유치원 교사의 직무만족도 향상 및 사기진작이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으나 유명무실한 정책인 셈이다. 단기 대체 교사 구인을 하려고 해도 자격기준에 부합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공립유치원에서 한 달 일하고 ‘적정한’ 페이를 받아 가는 것이 낫지 1주일 일하는 ‘초단기 알바’ 사립유치원 단기 대체 교사를 할 이유가 딱히 없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사립유치원 단기 대체 교사 지원계획 규정에 방학 중 온전한 교사의 휴무 보장 내용을 추가하고 나아가 교육청 단위에서 국공립유치원처럼 ‘시스템’이 안착할 수 있도록 각 지역의 단기 대체 교사 자격기준에 부합하는 인력 풀을 사립유치원이 차질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적절히 관리해 주어야 한다.

지난해 저출산 극복예산만 약 52조 원이고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이래 17년간 300조 원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출산율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로 참담하다. 저출산 문제는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다. 우리에게는 돈만 쥐여주며 저출산이 해결될 것이라고 탁상공론만 떠들어대는 국회의원들을 위시한 ‘골방 철학자’ 들이 아니라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하나하나 우직하게 해결해 나가는 ‘야전사령관’이 필요하다.

김정희 금비유치원장 울산과학대 유아교육과 외래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