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오랜만에 울산을 방문하는 타지인들은 생태도시로 변모한 울산의 환경에 크게 놀란다. 한때 죽음의 강이었던 태화강은 연어가 찾아오고 백로가 노니는 생명의 강으로 변신했다. 태화강국가정원을 비롯해 도시 곳곳에 들어선 크고 작은 공원을 보며 정원도시라는 이름에 공감을 표하기도 한다.

반면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게 교통 여건이다. 차량을 운전해 울산을 찾는 이들은 고속도로를 나오자마자 만나는 신복로터리에 당황함을 느끼곤 한다. 오죽하면 신복로터리가 인터넷상에서 ‘악마 로터리’로 불렸을까.

울산시는 신복로터리 평면화 사업을 통해 로터리 한가운데를 막고 있는 제2 공업탑을 철거하고, 신호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11월쯤이면 신복로터리로 진입하는 외지인들이 낯선 도로 구조로 운전에 애를 먹는 일은 사라지게 된다.

차량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 울산을 방문하는 이들은 열악한 대중교통에 한숨을 쉰다. 환승체계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짜여진 지하철에 익숙한 이들에게 구불구불 길게 이어진 버스 노선은 미로나 다름없다. 그나마 신복로터리 문제는 해결됐지만 대중교통 불편은 현재진행형이다. 열악한 대중교통 문제는 방문객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절감하고 있다. 전국 특광역시 중 유일하게 지하철이 없는 도시라는 수식어가 바로 울산 교통의 현주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울산도시철도(트램)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총 4개의 노선을 동서남북으로 조성해 이동 편의를 개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중 가장 먼저 추진되고 있는 트램 1호선은 지난주 타당성 재조사 2차 중간 점검회의를 끝으로 경제성이 확정됐다.

시 관계자들은 보안문제로 경제성 수치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1차 중간 점검회의 당시보다 수치는 다소 올라갔지만 여전히 기준치를 밑돈다는 정도의 분위기만 감지된다.

경제성이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울산 트램 사업의 타당성 재조사 통과 관건은 정책성을 확보에 달려있다. 정책성 분석의 항목에는 지역 주민의 사업 태도 등 외부 여건, 생활 여건에 미치는 영향 등이 두루 포함된다. 시민들의 관심이 정책성 제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중앙 부처에 전달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의의 대변자인 지역 정치권들의 지원사격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은 물론, 중앙 부처와 접촉 가능한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울산의 교통 현실과 트램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필수다.

경제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울산 트램 1호선 사업이 좌초되면 2~4호선은 엄두도 낼 수 없다. 트램 1호선 사업을 재추진할 수는 있지만 그러기에는 시일이 너무 많이 걸린다. 트램 1호선이 좌초되거나 지체되면 울산과 부산, 경남 양산을 연결하는 부울경 광역철도의 효율성 역시 떨어지게 되며,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주 울산은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 선정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지역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를 뒷받침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음 달에는 트램 1호선의 타당성 재조사 통과라는 또 다른 선물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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