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 노동조합의 하역작업을 방해한 울산항운노동조합을 ‘사업자’로 제재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노동조합이 직업안정법에 따라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아 이를 영위하는 범위 내에서는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인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사업자’가 아니고, 제재 대상 행위는 노동조합법에 따른 적법한 쟁의 행위였다는 울산항운노조의 주장은 기각됐다. 노동조합이라도 노동조합법상 ‘쟁의 행위의 실질’을 갖추지 못했다면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최초의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3일 울산항운노조가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노조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정위 처분이 적법하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울산항운노조는 앞서 2019년 1월 농성용 텐트·차량·소속 조합원을 동원해 경쟁자인 온산항운노조의 하역 작업(사업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공정거래법 위반)과 1000만원의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이에 서울고등법원 행정소송에서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은 1980년부터 울산 항만 하역시장의 인력공급을 독점해 온 울산항운노조와 2015년 신규 허가를 받아 시장에 진입한 온산항운노조가 2019년 1월 온산지역 항만하역 인력 공급권을 놓고 충돌한 사건이다. 당시 울산항운노조는 화주인 세진중공업 내 부두 진입 통행로를 봉쇄하며 온산항운노조의 하역 작업(사업활동)을 방해해 극한의 갈등을 빚었다.

대법원은 공정거래법은 사업자의 범위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있지 않고,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노조는 노조의 지위와 사업자의 지위를 겸하게 되며,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려면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노조도 적용 대상이라고 판시했다. 또 울산항운노조가 하역 작업을 저지한 주된 목적은 근로조건의 향상이 아니라 신규 사업자인 온산항운노조를 배제하고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여 노조법상 쟁의행위의 실질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판결은 항만 하역 근로자 공급시장에서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한 항운노조를 공정위가 제재한 것은 정당하다는 첫 판결이다. 지역 항만하역 시장에서 불공정거래행위가 발행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제재가 필요함을 일깨워준 사건이다. 노동조합의 쟁의권도 중요하지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는 응당 엄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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