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대표팀 조별 2차전
부상 악재·이른 실점 수모
콜롬비아 이어 ‘2전 전패’
독일에 대승해야 실낱 기대

▲ 모로코에 0대1로 패해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진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지소연 등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8년 만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16강 진출에 도전한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1승을 노려볼 만한 상대로 꼽혔던 모로코에마저 덜미를 잡히며 탈락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0일 호주 애들레이드의 하인드마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전반 6분 이브티삼 즈라이디에게 내준 한 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0대1로 졌다.

25일 콜롬비아에 0대2로 완패했던 대표팀은 2경기 연속 득점 없이 연패를 떠안으며 조 최하위(승점 0)에 머물러 조별리그 통과가 사실상 힘들게 됐다.

콜롬비아전 때 전반 페널티킥으로 선제 결승 골을 내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골키퍼 실수에 따른 추가 골도 내줘 무너졌던 대표팀은 이날 모로코전을 앞두고 선발 3자리에 변화를 주며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최전방에 베테랑 장신 공격수 박은선(서울시청)을 선발로 냈고, 지난 경기 페널티킥을 허용한 수비수 심서연(수원FC)을 홍혜지(현대제철)로 바꿨다. 골키퍼도 윤영글(BK 헤켄) 대신 김정미(현대제철)를 선택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도 전에 부상 악재가 대표팀의 계획을 어긋나게 했다. 선발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이던 임선주(현대제철)가 몸을 풀다가 종아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심서연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된 것이다.

여기에 이번에도 전반 실점이 나와 대표팀의 조급증을 키웠다.

경기 시작 6분 만에 하나네 아이트 엘 하지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즈라이디가 머리로 받아 넣어 모로코의 선제 결승 골이 터졌다.

콜롬비아전 때의 전반 30분보다 훨씬 이른 시간의 첫 실점이었다.

월드컵 본선에서 이른 선제 실점은 다른 경기보다 훨씬 더 큰 부담과 압박감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즈라이디에게 골을 내준 뒤 대표팀은 양쪽 윙백 장슬기(현대제철), 추효주(수원FC)의 적극적인 가담 속에 활발한 공격을 펼쳤으나 공격 지역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할 패스가 번번이 부정확해 상대에게 위협을 주기에 부족했다.

박은선의 선발 기용은 어느 정도는 효과를 봤지만, 결국 골로 연결되진 못했다.

키 180㎝가 넘는 박은선은 상대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대체로 이겨내며 헤더 패스나 슈팅을 여러 차례 기록했다. 특히 전반 26분 지소연(수원FC)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 때 박은선이 머리로 받아낸 공이 골대 왼쪽으로 살짝 빗나간 건 전반 가장 득점에 가까웠던 장면이다.

0대1로 밀린 채 후반전을 시작하며 대표팀은 윙백 추효주와 공격수 손화연(현대제철)을 빼고 공격수 문미라(수원FC)와 최유리(현대제철)를 투입,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하며 공격 숫자를 늘리는 전술 변화로 동점을 노렸다.

이후 볼 흐름이 한결 원활해지면서 한국이 경기를 주도하는 양상이 이어졌으나 마지막 방점 하나를 찍기가 쉽지 않았다.

독일과의 1차전에서 0대6 대패를 떠안았던 모로코는 이날 한국을 상대로 역사적인 본선 첫 득점을 기록한 뒤 수비와 역습으로 버티기에 성공하며 첫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허탈한 패배 속에 후반 막바지 투입된 ‘젊은 피’ 케이시 유진 페어(PDA), 천가람(화천 KSPO)의 번뜩이는 모습 정도가 한국으로선 위안거리로 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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