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폄훼·장애인 차별 등 망언 난무
국민에 대한 예의·2차 가해 예방위해
부적절 망언 조사해 총선티켓 검토를

▲ 김두수 서울 본부장

“65세에 정년퇴직하고 나니 내가 전혀 늙지 않은 거예요. 80세 되어서도 늙었다는 생각 안 했거든요. 90세가 되니까 비로소 늙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1920년 생으로 올해 나이 103세 연세대 철학과 김형석 명예교수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인생을 3단계로 보자고 해요. 30세까지는 교육받는 단계, 60세 넘을 때까지는 직장에서 일하는 단계, 60세 넘어서 90세까지는 열매를 맺어서 사회에 주는 단계. 사과나무도 제일 소중한 기간은 열매를 맺고 죽어가는 기간이거든요.” 명언이다.

김 교수의 말 대로라면 우리나라 65세이상 940만명 가운데 800만~900만명은 ‘열매를 맺어서 사회에 주는 단계’에 살고 있는 셈이다. 산업수도 울산에서도 경제계의 CEO는 물론 사회·문화·여성·정치권 등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며 역동적인 70~80대가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최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훼 망언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정서적으론 이미 ‘1인 투표권 조차 박탈당한 듯한’ 불쾌지수가 고조된 상황이다. 170명의 의석을 가진 거대야당 혁신사령탑인 그는 결과적으로 사회에 큰 해악을 남긴 동시에 자신의 혀로 자신의 몸을 벤 꼴이다. 공인으로서 더 이상 자격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여야 정치권과 그 언저리에서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서 노인 폄훼발언 외에도 수시로 망언이 튀어나온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감정 조장에서부터 젠더 감수성 조차 의심받은 저급한 행태로 국민들을 괴롭혀 왔다. 기억나는 망언 가운데 17대 총선을 앞둔 시점인 2004년 4월 한 정당의 대표는 “노인은 집에서 쉬어도 된다”라고 했다. 희한한 신조어도 만들어 낸다. ‘이부망천’. 2018년 6월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 모 정당 대변인이 방송에 출연,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혼을 한 번 하거나 하면 부천에 가고,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 이런 쪽으로 간다”는 황당무계한 발언을 토해냈다. 또 한 야당의 대표는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고 말해 장애인 비하로 호된 비판을 받았다. 한 정당의 대표는 당 청년위원회가 주최한 연탄배달 봉사 활동에 나섰다가 동행한 흑인 유학생을 두고 “니는 연탄 색깔하고 얼굴 색깔이 똑같네”라고 했다.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도 부지기수다. 대표적으로 모 정당의 대표는 “룸살롱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더라”고 했다. 모 정당 여성의원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와 관련해 독일의 터키 이민자 유치 사례를 언급, “우리나라 이민정책으로 조선족을 대거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에 “조선족이 무슨 출산 기계냐”는 비판여론에 휩싸여 사과했다. 하지만 이들 망언 생산자들이 정치권을 떠났어도 여전히 국민들의 뇌리에선 나쁜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선 말은 정치고, 정치는 곧 말이다. 국회 의정활동 가운데 법안발의, 제도, 정책은 사실상 10%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말로한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국민 무시 망언의 댓가는 과연 무엇일까. 국회와 여야 정당 차원의 제도적 장치는 우선 ‘망언의 혀’부터 잘라내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차선책으로마나 검토 필요성이 있는 건 발등의 불인 22대 총선 공천티켓이다. 21대 국회 4년 임기중 ‘부적절 망언’에 대한 전수조사다. 포털, 언론보도,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 검색만으로도 99% 스크린이 가능하다. 원외 도전자들의 망언 검증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정치권의 ‘망언 공해’를 확실하게 걸러내는 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뿐만 아니라 2차 가해의 예방책이 될 것이다.

김두수 서울 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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