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 세균 염증반응 일으켜
잇몸뼈까지 침식 진행 상태
구취·고름·잇몸시림 등 발생

▲ 이지현 울산대학교병원 치과 교수가 치주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구강 관리를 소홀히 하면 나이가 들수록 씹고 맛보는 일이 힘겨워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노인 진료 환자 수 1위는 ‘치주질환(치은염·치주염)’으로 나타났다. 환자 수도 2017년 대비 40% 정도 증가했다. 잇몸병 중 하나인 치주염의 치료와 예방법에 대해 이지현 울산대학교병원 치과 교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초기 증상이 없는 치주염

구강은 크게 치아와 잇몸으로 구성돼 있다. 충치는 치아에, 풍치는 잇몸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풍치는 염증의 정도에 따라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구분한다. 단순히 잇몸에 생긴 염증은 ‘치은염’으로 비교적 가볍고 회복이 빠르다. 하지만 잇몸뿐만 아니라 잇몸뼈까지 염증이 진행된 상태라면 ‘치주염’으로 진단한다.

치은염 단계에서는 잇몸의 염증으로 일반적인 염증의 증상과 같이 잇몸이 빨갛게 붓고 출혈이 있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가장 빠르게 해당 단계를 알아차릴 수 있는 증상이 바로 양치질할 때마다 잇몸에서 피가 난다.

하지만 치주염으로까지 진행된 경우에는 계속해서 구취가 나며, 치아와 잇몸 사이에서 고름이 나오거나 치아가 흔들거리기 시작할 뿐만 아니라 저작 시에 강한 잇몸 시림 증상을 느끼는 등 다양한 불편감을 호소하게 된다. 심할 경우 치주인대에 염증이 생기게 되고 골소실이 일어나 치아에도 문제가 생긴다.

치주질환의 원인은 입안의 세균이다. 세균이 독소를 뿜어내고 염증 반응을 일으키면서 입안이 전쟁터로 변하는 것이다. 잇몸이 붓고 망가져서 치아를 지탱하는 뼛속까지 세균이 침식하면 잇몸뼈 손실을 동반한 치주염이 발생한다. 정도가 심하면 발치, 즉 치아를 뽑아야 한다.

문제는 치통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지만, 잇몸에 발생하는 염증인 치주질환은 통증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잇몸은 치아보다 상대적으로 통증에 둔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치료 시기를 미루거나 놓치는 경우가 충치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이미 잇몸질환 초기 단계인 치은염을 넘어 치주염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영양부족 유발할 수도

잇몸질환은 섭식 기능과도 직결된다. 노인의 치아 부실은 저작 능력과 소화 흡수 기능 저하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영양부족 상태를 유발하기도 한다. 입은 1차 소화기관이다. 음식물을 잘게 씹어서 삼키면 위에서 화학 작용을 일으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그런데 잇몸에 이상이 생기면 소화 기능, 즉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지면서 영양공급에 빨간불이 켜진다. 또 치아가 많고 저작 기능이 잘 유지되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지현 울산대학교병원 치과 교수는 “세균에 의한 감염성 질환은 영양 상태와 면역력, 호르몬 변화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치주질환은 입안에 발생하는 염증 반응이기 때문에 식습관도 중요하다”며 “원인과 결과의 문제는 아니지만, 젊은 층에서 예전보다 당뇨 환자가 늘어나고 또 잇몸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단 음식에 많이 노출된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이뤄지지 않는, 과일 대신 음료에 익숙해진 환경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으며 치주염은 당뇨 합병증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만성질환처럼 꾸준히 관리

치주염 치료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흔히 아는 스케일링, 즉 치석 제거술을 가장 먼저 한다. 이는 잇몸 위의 치석을 제거하는 기초 치료에 해당한다. 치주염이 상대적으로 더 진행되면 마취하고 잇몸 아래 치석과 염증조직을 긁어내는 치주소파술, 흔히 표현하는 잇몸치료를 2단계로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치주소파술로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있는 치석을 제거하거나 뼈이식이 필요한 경우 3단계인 치은박리소파술, 즉 잇몸수술을 시행한다.

감기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는 등 즉각적인 치료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당뇨·고혈압·비만 등 만성질환처럼 치주염은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관리해야 예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치주염을 만성질환으로 생각하고 관리와 치료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또 치주염이 발병하더라도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치석 제거를 위해 기본적인 스케일링은 6개월마다 하는 것이 좋고, 1년에 최소 1회는 치과를 방문해서 구강 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올바른 양치 방법을 익히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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